e비즈니스

[디지털 & 라이프] 檢 출신 금감원장 앞에 놓인 '697억원 횡령사고의 우리은행'

박기록
금융감독원은 지난 26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700억원 규모의 횡령사고에 대해 2개월여에 걸쳐 진행한 현장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횡령 사고 내용'은 이미 올 상반기에 한 차례 발표된 내용이었기때문에 큰 틀에서보면 크게 내용이 달라질 만한 내용은 없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이 2012년6월부터 2020년6월까지 8회에 걸쳐 총 697.3억원을 횡령한 사실관계와 함께 추가로 몇건의 비위사실을 더 파악한 내용을 다시 한번 일목 요연하게 정리해 공개했다.

사고자가 우리은행이 채권단을 대표해 관리중이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계약금 614.5억원을 수년간 3회에 걸쳐 횡령했다는 내용이 주된 내용이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이날 금감원 발표의 방점이 직원 횡령 사실외에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부실에도 상당한 비중이 실렸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이와관련 “사고자 개인의 일탈이 주된 원인이지만, 대형 시중은행의 본부부서에서 8년이라는 오랜 기간에 걸쳐 7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횡령이 발생한 데에는 사고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은 700억원의 횡령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던 우리은행내 각 업무별 내부통제 부실 사례를 마치 진술조서를 공개하듯 구체적으로 조목 조목 제시했다. 횡령 사고를 저지른 직원도 문제지만 우리은행 내부통제 부실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먼저 '인사관리' 부문의 미흡 사례로, 금감원은 사고자가 10년 이상 동일 부서에서 동일 업체를 담당하고, 이 기간 중 명령휴가 대상에 한 번도 선정되지 않았으며, 2019년10월~2020년11월 기간 중에는 파견 허위보고 후 무단결근한 것을 지적했다.

'공문관리'에 있어서도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대외 수‧발신공문에 대한 내부공람과 전산등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고자의 대외 수‧발신공문 은폐 또는 위조가 가능했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았다.

또한 '통장‧직인관리'에 있어서는 통장⋅직인 관리자가 분리돼 있지 않아 사고자가 통장과 직인을 모두 관리했으며 이에 따라 사고자가 정식결재없이 직인을 도용해 예금을 횡령(173.3억원)할 수 있었다고 보았다.

'문서관리'도 허술했다. 금감원은 사고자가 8차례 횡령중 4번은 결재를 받았으나 모두 전자결재가 아닌 수기결재문서였으며, 더구나 전산등록도 하지 않아 결재내용의 진위여부에 대한 결재전 사전확인이나 사후점검이 이뤄지지 못했던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직인날인 관리'에 있어서는 출금전표 및 대외발송공문의 내용이 결재문서 내용과 상이함에도 그대로 직인이 날인됨으로써 우리은행이 횡령사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출자전환주식 관리'에 있어서 출자전환주식 출고신청자 및 결재 OTP 관리자(보관 부서금고 관리자)가 분리되지 않고 사고자가 동시에 담당함으로써 무단인출이 가능했다고 적시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확인된 사실관계 등을 기초로 엄밀한 법률검토를 거쳐 사고자 및 관련 임직원 등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금감원은 “금융위와 함께 향후 은행권 등 금융권에서 이러한 거액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보다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개선방안 마련을 추진 사고예방을 위한 금융감독이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금융기관에 대한 정기 또는 부정기적인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하고 위법이나 부실관리 사례가 적발되면 사안의 경중에 따라 기관경고, 임직원 문책 등 제재의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예단할 수 없지만 후폭풍이 적지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한편 금융권은 이번 우리은행 횡령 사고가 금융권 전체에 미칠 파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교롭게도 현재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21일 취임한 검사 출신의 이복현 원장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선 이번 우리은행 '700억원 횡령'사고에 대한 처리와 대응책 마련에 있어서 신임 금감원장이 마치 검사 시절로 돌아간듯한 강경한 모드를 견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함께 금융위와 금감원이 공동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금융권 내부통제개선 방안을 새롭게 마련할 방침인데 기존보다 어느정도 수위가 높아질 것인지도 관심사다.
박기록
rock@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