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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CPU 늦어지는 인텔…AMD, '무주공산' 서버 시장 공략 [IT클로즈업]

김도현
- AMD, 서버용 프로세서 점유율 두 자릿수 유지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만년 2위 AMD가 반격에 나선다.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면서 인텔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텔이 차기작을 내놓지 못하는 가운데 AMD는 4분기 출시 예정이어서 최신 제품 경쟁에서 한발 앞설 전망이다.

10일 시장조사기관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AMD는 2022년 1분기 서버용 CPU 시장 점유율 11.6%를 차지했다. 지난해 3분기 첫 두 자릿수 점유율(10.2%) 기록한 이후 근소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데이터센터 부문은 인텔이 장악해왔다. 오랜 기간 점유율 99%를 차지했을 정도다. 비결은 기술력과 선점효과다.

서버용 CPU 분야는 신규 업체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다. 데이터센터에서 CPU 교체 시 많은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품을 활용했을 때 문제가 발생하면 감당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관리자들은 교체를 선호하지 않는다.

독점 체제에 균열이 나기 시작한 건 첨단 공정 경쟁에서 인텔이 밀리면서다. 인텔이 수년간 14나노미터(nm) 공정에 머물러 있는 동안 AMD는 대만 TSMC를 통해 7nm까지 진격했다. 단순 나노 수가 CPU 성능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구글, IBM, 메타 등 대형 고객이 AMD 서버용 CPU인 ‘에픽’ 시리즈를 채택하면서 인텔 점유율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서 인텔은 80% 후반대까지 하락했다.

지난 2분기 실적에서 양사의 분위기가 나타났다. 이 기간 인텔의 데이터센터&인공지능(DCAI) 사업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6억달러와 2억달러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액 16% 영업이익 90% 축소했다. 전년동기대비 16%와 90% 줄어든 수준이다. AMD의 데이터센터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4억8600만달러와 4억7200만달러다. 전년동기대비 83%, 131% 늘었다.
여전히 인텔이 압도적이긴 하나 올해 하반기 격차는 더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당초 인텔은 신규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를 지난해 3분기 출시할 계획이었다. 이는 반년 정도 미뤄지면서 올해 상반기로 재설정했다.

문제는 지연이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점. 해당 프로세서에 적용될 인텔7(7nm 수준) 공정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차세대 D램 규격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주변 제품과의 호환성 검증 작업 등이 늦어지면서 올해 말로 재차 연기됐다.

업계에서는 연내 출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가 내년 3분기까지 밀릴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반면 AMD는 5nm 기반 데스크톱용 CPU ‘라이젠7000(코드명 라파엘)’ 시리즈와 서버용 CPU ‘4세대 에픽(코드명 제노아)’을 각각 3분기, 4분기 선보일 예정이다. 공정상에서 앞선데다 출시도 먼저하는 것이다.

인텔과 AMD 차기작은 DDR5 D램이 호환된다는 부분에서 의미가 있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이미 관련 제품 양산 준비를 마친 만큼 CPU 제조사 로드맵만 바라보는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AMD는 DDR5 관련 시장에서 수개월 간 독점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서버용 CPU는 한 번 들어가기 어려운 대신 진입에 성공하면 보장받을 수 있는 기간도 길다”며 “AMD의 점유율은 점차 늘어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얼마나 빠른 속도로 확대되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슈퍼컴퓨터 집계 리스트 ‘톱 500’에 따르면 상위 10개 제품 중 5개에 AMD의 에픽 시리즈가 탑재됐다. 슈퍼컴퓨터 산업에서도 AMD 위상이 높아지는 추세다.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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