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은 칼럼

[취재수첩] 갤럭시·아이폰도 '셀프 수리' 대열 합류…의미는?

백승은
- 올해 애플 선두로 구글·삼성전자도 연달아 셀프 수리 선봬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소비자의 손에 부품을 쥐여주고 있다. 기존에는 공식 서비스 센터를 방문을 통해서만 고장 난 스마트폰을 고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정품 부품을 판매함으로써 누구든 수리할 수 있게 됐다.

셀프 수리는 애플이 출발선을 끊었다. 애플은 지난 4월 부품과 수리 도구를 대여하는 '셀프서비스 리페어'를 선보였다. 구글 역시 지난 6월 '아이픽스잇'과 손잡고 셀프 수리 대열에 합류했다.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미국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에 수리 부품과 설명서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너도나도 셀프 수리를 내놓고 있지만 민간 수리점이 아닌 개인까지 이 정책을 사용할지는 미지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제 민간 수리점에서는 보다 쉽게 정품 부품으로 수리할 수 있게 되겠지만 일반 소비자들까지 사용할지는 잘 모르겠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부품을 뜯고 스스로 고치는 경우는 정보기술(IT)에 관심이 많은 '테키'들 중에서도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제조사들은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를 넓히려는 목적으로 셀프 수리를 앞세우고 있다. 그간 미국과 유럽에서는 제조사가 스마트폰 수리권을 독점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를 크게 축소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공식 서비스 센터가 잘 갖춰지지 않은 소도시에 거주하는 소비자는 수리할 권리가 크게 줄어든다는 지적이 주기적으로 등장했다. 예를 들어 국내 애플 서비스센터는 서울과 경기에는 20여곳 이상 있지만 제주에는 1곳밖에 없다. 충북과 세종도 마찬가지다. 이 곳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은 같은 값을 주고 구매했음에도 사후관리서비스(AS)의 후순위로 밀려나는 셈이다.

셀프 수리는 이와 같은 사각지대를 줄이고, 제조사가 꽉 쥐고 있었던 수리권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역할을 해 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도 하루빨리 셀프 수리가 도입돼 더 많은 민간 대리점들이 정식 부품을 구매하고, 소비자들은 수리권을 되찾길 바라본다.
백승은
bse1123@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