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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오늘(16일)부터 앱마켓 사실조사…구글은 이미 실리 챙겨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오늘(16일)부터 특정한 결제방식 강제 등 앱마켓 사업자 금지행위 위반사항을 확인하기 위한 사실조사에 착수한다. 대상은 구글, 애플, 원스토어 3개 앱마켓사다. 하지만, 구글이 이미 실리를 챙긴 후인 만큼 방통위가 제재를 하더라도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지난 5월17일 앱마켓사 대상으로 실태점검을 실시한 지 약 3개월만에 사실조사로 전환했다. 방통위는 제한적 조건을 부과해 통제하는 특정한 결제방식(내부결제)만을 허용하고, 그 외 결제방식(외부결제)을 사용하는 앱개발사 앱 등록‧갱신을 거부하는 행위는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내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사실조사는 실태점검 결과 위반행위를 파악, 시정명령‧과징금 등 제재를 기반하는 단계다.

업계에서는 방통위 사실조사 착수를 놓고 뒷북 대응으로 보고 있다. 일찍이 업계에서는 사실상 인앱결제(앱 내 결제)를 강제하는 구글 등 앱마켓사 행위를 우려하고, 방통위의 조속한 개입을 끊임없이 요청해 왔다.

대표적인 이유가 구글이다. 구글은 새로운 인앱결제 정책을 내세우고, 6월1일부터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구글플레이에서 앱을 퇴출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은 인앱결제와 외부결제를 허용하는 대신, 수수료를 내지 않는 웹결제를 금지했다. 구글이 허용한 외부결제는 구글 틀에 맞는 결제시스템을 별도로 구축한 후 최대 26%에 달하는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시스템 구축 비용부터 결제대행업체(PG)‧카드수수료를 고려하면 인앱결제 때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

이에 앱 개발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인앱결제를 선택하면서 콘텐츠 앱들은 줄줄이 인앱결제 기준 이용료를 줄줄이 인상했다. 소비자는 기존 가격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PC나 모바일 웹을 통해 결제해야만 했다. 서비스는 그대로지만, 구글 인앱결제 정책 때문에 가격이 비싸진 셈이다. 이를 피하려면 불편한 사용자 경험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것만으로는 구글을 제재할 명분이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앱이 구글플레이에서 퇴출되는 등 실제 피해를 입은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그도 그런 것이, 구글에 저항하기 위해 사업을 접을 수는 없었다. 6월1일이 코 앞에 다가왔지만 기약 없는 정부 대응을 믿고 앱마켓에서 퇴출되는 위험을 겪기보다, 차라리 구글 정책에 맞춰 결제시스템을 수정하는 편이 낫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한국은 전세계 최초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을 통과시켰지만, 이러한 구글 편법행위로 국내법 무력화 위기에 놓였다. 이러한 가운데, 카카오톡 사태가 터졌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구독 서비스 가격이 인앱결제 정책으로 4900원에서 5700원으로 오르자, 카카오는 PC 또는 모바일 웹으로 이용하면 예전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앱 내에서 안내했다. 웹결제 아웃링크도 포함시켰다. 이는 구글이 허용하지 않은 부분이다. 결국, 지난달 구글은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막았다.

카카오톡이 도화선이 됐으나, 방통위는 또 머뭇거렸다. 방통위, 카카오, 구글이 한 자리에 모여 원한만 협의를 약속했으나, 이로부터 사실조사까지는 또 다시 한 달이상 시간이 소요됐다. “단 한 건이라도 위법사실을 확인한다면, 심의의결 후 시정조치하겠다”고 한 방통위 발언이 무색해졌다.

이 와중에 가시적인 피해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나왔다. 카카오 남궁훈 대표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이모티콘 플러스는 신규 이용자가 기존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해 대응책 도입 강구 중”이라며 “하반기는 인앱결제 영향 축소를 위해 프로모션 등을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음원업계 시름도 깊다. 인앱결제로 인해 이용자 가격은 높아졌고, 매출은 낮아졌다. 구글 유튜브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깔려 있다. 신지영 멜론 음악정책그룹장은 지난 11일 열린 ‘인앱결제 수수료 정산 이슈 해결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지난달 멜론 이용권 가격 인상 이후 신규 가입자 수가 줄기 시작했다”고 발언했다.

방통위가 사실조사 후 제재하더라도 구글과 애플 등 해외 빅테크 사업자들이 행정소송을 진행할 가능성도 높다. 법적 최종 판단이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장기전으로 흘러갈수록 국내 앱 개발사들은 구글플레이 정책을 더 따를 수밖에 없다. 앞서, 2016년 페이스북(현 메타)은 접속경로 임의 변경에 따른 속도 지연 행위를 발생시킨 혐의로 2018년 3월 방통위 제재를 받았다. 페이스북은 행정소송을 진행했고 현재 대법원 상고 상태로, 최종 법적 결론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

국회에서도 방통위 늑장 대응을 질타했다.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전국민 메신저 카카오톡마저 외부결제를 안내했다는 이유로 업데이트를 거절당하기도 했다. 구글 독주와 방통위 복지부동이 빚은 초유의 사태”라며 “늦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지만, 늦은 만큼 철저하고 신속하게 조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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