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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인앱결제’ 구글 버텼던 카카오, 관전평 “졌잘싸!”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졌지만 잘 싸웠다!”

구글 앱마켓 ‘구글 플레이’에 입점한 국내 앱 개발사 중 유일하게 인앱결제(앱 내 결제) 정책에 ‘버티기’를 했던 카카오가 결국 웹결제 아웃링크를 삭제했다. 구글에 한풀 꺾인 모습처럼 보이지만, 나름의 성과는 있었다.

구글은 웹결제 아웃링크를 포함시킨 카카오톡에 패널티를 부여했다. 최신버전 앱 업데이트를 금지한 것이다. 구글은 수수료가 없는 웹결제 아웃링크를 전면 금지하면서, 최대 수수료 30%를 부과한 인앱결제를 사실상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구글 인앱결제 정책으로 국내 콘텐츠 이용료는 모두 올랐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구독 서비스 가격도 4900원에서 5700원으로 인상됐다. 하지만, PC 또는 모바일 웹으로 이용하면 기존 가격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는 이같은 소식을 웹결제 아웃링크를 통해 안내했다.

구글이 앱 내에서 웹결제 아웃링크를 안내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카카오는 이용자 결제 선택권을 위해 위험을 감수했다. 그러나 구글은 막강한 글로벌 앱마켓사다. 카카오톡은 수많은 입점 앱 중 하나일 뿐이다. 구글이 카카오톡 최신버전 앱 업데이트를 막자, 소비자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카카오는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카카오가 아웃링크 삭제 이유로 이용자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점을 들었던 이유다.

그동안 수많은 앱 개발사들이 구글 인앱결제에 고개를 숙였다. 특히, 글로벌 이용자를 대상으로 앱을 운영하고 있다면, 구글과 같은 앱마켓사는 절대적 권력자다. 언제 나올 지 모를 정부 제재안을 기다리기 보다, 앱마켓사 정책을 따르는 편이 사업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더해 구글은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주요 앱을 대상으로 수수료 프로모션에 나섰다. 앞서, 구글은 구독 기반 앱 수수료를 15% 이하로 인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구글은 앱 내에서 제3자결제를 도입한 세계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에 더 낮은 수수료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수수료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같은 수수료 인하 프로모션 적용이 국내 몇몇 앱에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카오만이 남들과는 다른 길을 선택한 셈이다. 하지만, 카카오 용기로 국내법이 무력화되지 않는 하나의 사례를 얻게 됐다. 앱마켓 내에서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것을 금지한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이 한국에서 세계최초로 시행됐으나, 정부가 구글을 제재할 수 있는 피해사례가 없었다. 국내 앱들은 피해를 입기 전, 생존을 위해 구글 정책을 따랐기 때문이다. 구글 눈치에 신고도 저조하다.

하지만, 카카오톡 앱 업데이트가 막히면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구글 실태점검에서 제재 전 단계인 사실조사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방통위 측은 구글 사실조사 초읽기 단계라고 밝히기도 했다. 카카오가 버텨줬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한편, 구글은 앞에서는 국내법을 준수하겠다고 외치면서 뒤에서는 한국정부와 국회를 농락했다. 인앱결제뿐 아니라 다양한 결제 선택권을 존중하는 법을 만들었더니, 최대 26% 수수료를 내야 하는 외부결제를 열고 수수료 없는 웹결제 아웃링크를 막아버린 구글이다.

구글은 외부결제를 포함시켰으니 국내법을 지켰다 말하고, 이용자에게 전가될 인앱결제 수수료로 배를 더욱 불렸다. 법률로 민간기업 수수료를 직접 규율하기 어렵다는 허점을 노려, 입법 효과를 무력화한 것이다. 이와 관련 대한출판문화협회는 구글을 경찰에 형사고발했으며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계획이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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