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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테스트도 ‘토익’처럼…프로그래머스 인증시험, 개발자 채용 판 바꾼다

최민지
-그렙, 민간자격인증 ‘프로그래머스 코딩역량인증시험’ 출시
-다음달 실무역량 과제테스트 선봬
-채용 전형, 졸업 요건에 포함하려는 기업‧대학 곳곳에
-지난해 그렙 매출 82억원, 올해 150억원 목표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코딩테스트도 ‘토익(TOEIC)’ 시험처럼 볼 수 있다. 개발자 역량을 평가하는 ‘프로그래머스 코딩역량인증시험’이라면 가능하다. 일부 기업‧대학은 토익처럼 채용 전형과 대학 졸업 요건에 인증시험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개발자 성장 플랫폼 ‘프로그래머스’를 운영하는 그렙은 23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그렙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객관적인 코딩 실력 평가를 위한 ‘프로그래머스 코딩역량인증시험’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선보인 프로그래머스 코딩역량인증시험은 개발자 코딩 역량 평가 부분에 민간자격인증을 취득한 코딩 시험제도다. 기존 코딩테스트에 대한 기업, 교육기관, 개발자 니즈를 반영해 초급부터 고급까지 기업 실무에서 필요로 하는 코딩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자 개발됐다.

시험은 코딩전문역량인증시험(PCCP), 코딩필수역량인증시험(PCCE) 2가지로 구성됐다. PCCP는 개발자 취업자, 소프트웨어 전공자, 프로그래밍 중‧상급 학습자 대상으로 프로그램 효율적 구현과 고급 알고리즘에 대한 지식을 평가한다. 파이선, 자바, 자바스크립트, C++ 중 1개 언어를 선택해 120분간 시험에 응지하며, 프로그래밍 문제 총 4문항이 출제된다. 시험은 1000점 만점으로 400점 이상 취득 때 합격이며 1~5단계로 구분된다.

PCCE는 소프트웨어 비전공자와 초‧중금 코딩 학습자 대상으로 프로그래밍 문법과 알고리즘 기본 지식을 평가한다. 파이선 언어로 50분간 시험을 볼 수 있다. 빈 칸 채우기, 디버깅, 코드작성 3개 유형으로 총 10문항 출제된다. 인증 등급은 1~4단계다.

제1회 프로그래머스 코딩역량인증시험은 9월18일 열린다. 접수기간은 9월16일까지며, 온라인 시험 감독 서비스 ‘모니토’를 활용해 전면 비대면 시험으로 진행된다.

임성수 그렙 대표는 “상당히 많은 기업과 대학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부 기업은 그룹사 전체에서 이 인증시험을 취업 채용 단계에 적용하겠다고 한다”며 “대학은 더 호의적인 분위기로, 전공학생 졸업 때 인증시험 취득 여부를 졸업 요건으로 만들거나, 교육과정에 직접 도입하겠다고 한 곳들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첫 시험이 열리는 만큼, 구체적인 기업‧대학 명단을 밝히기는 어려우나 졸업, 취업 단계에서 개발자 대상 코딩역량인증시험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프로그래머스 코딩역량인증시험 출시로 기업은 개발자 가장 필수적인 기초 역량을 자체적으로 검증해야 하는 부담을 덜고 채용과정을 대폭 간소화할 수 있다. 테스트 도입에 어려움을 느꼈던 기업도 역량 있는 개발자 채용이 가능하다.

사실, 기업은 1차 서류전형에서 보는 ‘스펙’으로 개발자 개개인을 판단하기에 무리가 있다. 앞서, 카카오는 서류‧면접 절차 전 코딩테스트부터 먼저 실시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개발역량이 우선시되는 개발자 채용 환경에서, 프로그래머스 코딩역량인증시험은 주효한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 대표는 “YBM 코스 프로가 기본적인 코딩 역량을 확인하는 시험이라면, 그렙은 채용과정에 직접 쓸 수 있도록 개발자 성장 단계에 따라 역량을 점검할 수 있는 데 방점을 뒀다”며 “예를 들어, 서버에 부하가 걸린 상황을 연출해 이를 직접 해결하도록 요구한다. 단순히 알고리즘을 이해했는지 정도만 확인하는 기존 시험과는 차별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기업은 이 시험 결과를 제출하면 1차 서류 전형 등 일부 채용 절차를 생략하도록 할 예정이다. 개발자 채용을 위해 코딩테스트 실력으로 먼저 검증하는 문화가 산업계 전 영역으로 정착됐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전환으로 개발 수요가 전 산업으로 확장된 상황에서, 테크기업이 아닌 기업들이 개발자 채용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테크기업이라면, 다음달 그랩이 선보이는 실무역량과제테스트도 도입할 수 있다. 그렙이 지난해 설립한 소프트웨어 역량 개발 연구소는 개발자에게 필요한 역량 체계와 모델을 제시하고, 각 역량을 달성하는 방법과 지표를 연구하고 있다. 이곳에서 기업 맞춤형으로 실무 능력 검증을 위한 실무역량과제테스트를 내놓을 예정이다

보통 소프트웨어(SW) 개발자 채용 절차를 보면, 기초역량 평가 후 기업에서 심화 평가와 면접 등을 거쳐 최종 선발을 하게 된다. 기초역량 평가 때 알고리즘‧SQL 등을 평가하는데, 이 때 선발대사 후보를 선정하기 위해 평가 자동화 과정을 거친다. 이를 인증시험으로 대체한다는 설명이다. 주요 IT기업은 과제 구현 등 2차 역량평가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는 실무역량과제테스트를 활용할 수 있다.

그렙은 2024년까지 IT 기업 대부분이 초기 서류 검토 단계에서 이 인증시험을 활용하는 것으로 목표로 한다. 이어 다음단계로 실무역량과제테스트를 도입하도록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이처럼 그렙이 업계에서 공신력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2014년 설립된 그렙은 코딩테스트 시장 점유율 9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개발자 평가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 기업이다. 2019년엔 미국 지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지나해 82억원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150억원을 목표로 한다.

프로그래머스 코딩테스트를 도입한 기업은 1483개로, 누적 실시 횟수는 1만8000여건 이상, 누적 응시자 수는 65만명을 상회한다. 일평균 약 1만5000명이 방문하고, 회원수는 42만명에 달한다. 기존 프로그래머스 코딩 테스트 주요 고객은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우아한형제들 ▲SK ▲LG ▲CJ ▲1번가 ▲IBM ▲이베이 ▲KT ▲현대모비스 ▲엔씨소프트 ▲넷마블 ▲컴투스 ▲신세계 ▲서강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이다.

임 대표는 “그동안 모든 기업 직군으로부터 코딩테스트 문제 출제 요구를 받아왔기 때문에 다양한 데이터베이스를 쌓을 수 있었고, 이에 따른 강력한 출제팀을 보유하고 있다”며 “코딩테스트 출시 후 6년간 문제 출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교육기관과 개발자 고충을 해결하고자 코딩역량인증시험을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그래머스가 코딩테스트 시장 표준이 됐다. 개발자가 필요 없던 곳들이 개발자가 필요한 시대”라며 “그렙은 개발자 채용 평가 시스템 혁신을 통해 개발자 채용을 확대하고 코딩 학습 목표 지향점을 제시해 소프트웨어 교육 환경 보편화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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