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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같은 현실’, 그래서 더 친숙했던 엘리자베스2세 서거 [디지털 & 라이프]

신제인
엘리자베스2세의 서거로 찰스 왕세자가 왕위를 계승하게 됐다.
엘리자베스2세의 서거로 찰스 왕세자가 왕위를 계승하게 됐다.
[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재위 기간만 70년, 영연방을 이끌어온 정신적 지주 ‘엘리자베스 2세’여왕이 향년 96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영국 왕실은 8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여왕이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발표했다. 왕위는 엘리자베스2세의 큰 아들 찰스 왕세자가 ‘찰스 3세’로 불리며 승계됐다.

영국 뿐만 아니라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도 긴급 뉴스를 편성해 여왕의 서거 소식과 함게 버킹검 궁전으로 몰려드는 추모 인파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지난 17세기 ‘명예혁명’으로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이래 영국 왕실은 ‘군림하되 통치하지않는’ 실권없는 왕권을 지켜왔으나, 엘리자베스2세는 여전히 영국 및 영연방 국가의 국민들로부터 가장 존경받고 사랑받는 국가 지도자였다.

실제로 여왕이 영국 및 영연방 국가들에게 뿐만 아니라 전세계인들에게 누구보다 친숙하게 인식된 것은 지난 수십년간 영화, TV드라마, 애니메이션, 심지어 코미디 프로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의 영향의 크다.
여왕의 서거를 추모하는 인파들이 버킹검 궁전으로 모여들고 있다. <사진>ABC뉴스 라이브 캡쳐
여왕의 서거를 추모하는 인파들이 버킹검 궁전으로 모여들고 있다. <사진>ABC뉴스 라이브 캡쳐
그러나 엘리자베스2세는 한번도 영화에 출연한 적이 없고, 미디어와의 인터뷰도 절대 사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실존 인물중 헐리우드 뿐만 아니라 영화나 TV드라마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대역의 주인공을 꼽으라면 아마도 ‘엘리자베스2세’가 꼽힐 정도로, 여왕은 세계인들과 친숙하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엘리자베스2세의 서거 소식과 함께, 그가 영화 등 미디어 및 컨텐츠 산업에 끼친 영향을 조명했다.

로이터는 엘리자베스2세 여왕은 70년 통치 기간 동안 할리우드 작가들과 배우들을 매료시켰고 상을 받은 드라마, 애니메이션 그리고 심지어 미국 코미디쇼의 단골 소재였다며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에미상을 수상한 넷플릭스의 TV시리즈 ‘더 크라운’(The Crown)에서 클레어 포이(Claire Foy)가 27세에 갑자기 여왕이 된 젊은 여성으로 엘리자베스 역을 맡아 두 명의 에미상과 골든 글로브상을 수상한 사례를 들었다.

이후 포이는 지난 2017년 골든글로브를 수상했을 때, 엘리자베스2세에게 직접 감사하다는 수상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여왕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에 자원입대해 운전병으로 복무하기도 했다. <사진>영국왕실박물관
여왕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에 자원입대해 운전병으로 복무하기도 했다. <사진>영국왕실박물관
앞서 지난 2006년에는 영국 여배우 헬렌 미렌(Helen Mirren)이 영화 ‘더 퀸’(The Qeen)에서 엘리자베스2세 역을 맡아 오스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엘리자베스2세에게는 매우 불편한 내용이었다. 며느리였던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과 영국 왕실의 관계를 다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엘리자베스2세는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찰스 왕세자와 이혼 후 이집트의 부호와 사귀는 도중 교통사고로 사망했을때, 추도문 발표를 미뤄 여론의 질타와 함께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까지 거슬러 언급하지 않더라도 ‘해가지지 않는 나라’ 대영 제국의 장엄한 유산, 화려한 영국 왕실의 이면에는 불행하게, 혹은 잔인하게 얽힌 왕실 내부의 현실이 있다.
넷플릭스 TV시리즈 '더 크라운' 시즌4 홍보 영상중
넷플릭스 TV시리즈 '더 크라운' 시즌4 홍보 영상중
이 때문에 영국 왕실은 영화나 소설, TV드라마의 흥미있는 단골 소재가 됐고 거기에는 항상 엘리자베스2세가 있었다. 물론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이나 코믹물에도 여왕은 등장한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가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로켓을 쏘아대는 21세기에, 18세기 대영 제국의 외투와 위엄을 걸치고 살야야했던, 어쩌면 엘리자베스2세 개인적으론 불행하고 외로운 70년 재위 기간이었을지 모른다.

로이터는 피플지의 편집장 웬디 노글의 인터뷰를 통해 “엘리자베스2세의 인생 역정이 매우 인간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영화 등의 매력저인 주제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의 영화같은 삶이 마무리됐다. 또 한 시대가 막을 내린다.
신제인
ja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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