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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훈다운 퇴장…카카오 구원투수→사임까지 ‘204일’

왕진화
-홍은택·남궁훈 카카오 각자 대표, 19일 대국민사과 기자회견
-남궁훈 대표, 전격 사퇴 발표…“이번 사태 책임지기 위한 결정”
-“카카오 핵심 신규 사업, 권미진 수석부사장이 맡는다…저는 조언하는 역할”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남궁훈 카카오 각자 대표가 암울한 50번째 생일을 맞았다. 지난해 말,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집단 매각 논란 이후 상생과 글로벌 전략이 필요했던 카카오에게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남궁 대표였지만, 오늘(19일) 공식 취임 204일만에 전격 사퇴를 결정했다.

그가 사퇴하기로 한 이유는 서비스 먹통 사태에서 촉발됐으나, 궁극적으로 카카오 쇄신과 변화에 대한 의지다. 건강 문제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남궁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당뇨신경병증을 앓고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하지만, 남궁 대표는 대표 직함을 내려놓았을 뿐 카카오에 남아 할 일을 다하기로 했다. 그동안 사업대표를 맡아온 남궁 대표는 매출과 영업이익 관점에서만 의사결정을 해왔기 때문에, 현 상황에선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선택이 맞다고 봤다. 남궁 대표는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 노력에 역량을 쏟기로 했다. 이것이 제대로 된 사임이자 사과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퇴만이 꼭 책임 있는 모습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도 퇴진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궁 대표는 그간 이에 앞서 지난 2011년 6월 CJ E&M 넷마블 대표였을 당시, 돌연 자진 사퇴한 바 있다. 당시 내부에서 서든어택 사태 등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는 이야기가 돈 바 있다.

지난 2013년에는 임기 1년여를 남기고 위메이드 대표직에서도 스스로 물러났었다. 이 당시에도 다양한 설이 오갔다. 중도 사퇴만 이번으로 3번째가 된 남궁훈 대표. 카카오에서 그려져 왔던 남궁 대표의 비욘드 코리아도 잠시 멈춤 상태다. 사태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대표직을 수행했어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사임할 줄 몰랐는데…” 남궁훈, 재난대책소위원장 맡아=이날 남궁 대표는 카카오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서 “카카오 쇄신과 변화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자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다”며 “이번 사태에 끝까지 책임지고자 비상대책위원회 재난대책소위원회를 맡아 부족하고 필요한 부분을 채우겠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SK C&C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나면서 대규모 먹통 사태가 발생하고, 전 국민적 분노가 일었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비롯해 모빌리티‧웹툰‧페이 등 일상생활과 접목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번 화재 이후 대부분의 서비스가 멈췄기 때문이다. 남궁 대표는 이 사고를 카카오 비극이자 정보기술(IT)업계 불행이라고도 표현했다.

남궁 대표는 책임을 지고 사고 재발방지에 전력을 다한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관리 책임은 남궁 대표가 맡는 조직 중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시스템실에 있다. 사임 후엔 비상대책위원회 재난대책소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는다.

남궁 대표는 이렇게 사임을 하게 될지 상상도 못했다고 간담회에서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TV에서 사고가 생길 때 책임자들이 사임하는 모습을 보며, 저렇게 사임하는게 책임지는 것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의문도 있었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사임과 사과는,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역량을 쏟는데 집중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남궁 대표는 향후 있을 ‘이프카카오(if kakao)’에 공유 세션을 만들고, 만약 카카오가 이랬더라면 벌어지지 않았을 상황을 알리도록 준비한다.

◆공식 취임 204일 만에 사퇴=
사실, 남궁 대표는 카카오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인물이다. 원래 카카오 대표로 내정됐던 인물은 류영준 카카오페이 전 대표였다.

그런데 류영준 전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카카오페이 경영진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집단 매각 논란을 겪고 사임한 뒤, 신뢰를 잃은 국민과 투자자들의 실망감에 주가는 크게 내려갔다.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제안에 남궁훈 대표가 카카오를 이끌게 된 것이다. 남궁 대표는 공식 취임 전인 지난 2월24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대표 자리를 제안받은 첫 날, 고마우면서도 두렵고 원망스럽고 만감이 교차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남궁 대표는 지난 3월29일 주주총회에서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당시 회사 주가를 15만원으로 회복시키기 전까지 최저임금만을 받겠다고도 선언했다. 남궁 대표는 “메타버스는 게임과는 다른 정책으로 구분돼야 한다”며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메타버스를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포부와 무색하게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함께 대외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주가도 걷잡을 수 없이 떨어졌다.

이에 더해 카카오 공동체 논란이 시도때도 없이 터졌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골목상권 침해부터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카카오게임즈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국내 서버 운영 논란을 비롯해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의혹까지 불거졌다.

◆남궁훈표, 메타버스·글로벌 전략, 이제 어쩌나=
.카카오는 ‘비욘드 모바일, 비욘드 코리아’ 전략을 내세우고 있었다. 남궁 대표는 비욘드 모바일을 위해 ‘메타버스’ 신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글로벌 전략에도 드라이브를 걸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벗어나기 위해선 내수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했다.

우선, 남궁 대표는 카카오톡을 가볍게 즐기는 서비스로 변화시키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프로필을 개편하고 오픈광고를 도입하는 한편, 오픈채팅을 관심사 기반으로 서비스 재정의 후 이를 활성화시킨다는 목표였다. 카카오톡에 메타버스를 입히면서 새로운 경제활동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글로벌 이용자들과 카톡 안에서 놀면서, 이용자가 돈도 벌 수 있는 구조를 구상 중이었다.

오픈채팅방 개설이 관심사 기반으로 이뤄지는 만큼 주제별 맞춤형 광고가 가능해질 것이란 예측에서 기획된 전략이었다. 즉, 이용자 관심사 기반 광고인 서치 애드(SA)로 카카오 광고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카카오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경제 생태계인 B2B2C(기업·소비자 모두와 동시 거래) 모델을 구축할 방침이었다.

그가 그렸던 비욘드 전략은 권미진 수석부사장이 이어간다. 카카오는 남궁 대표가 기획했던 핵심 전략을 그대로 이어받아 글로벌을 공략할 방침이다. 남궁 대표는 “신규 사업은 권미진 수석부사장 산하에서 이뤄질 예정”이라며 “신규 부사장 주도 아래 기획된 사업은 진행될 것이며, 저는 퇴사하는 건 아니기에 조언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궁 대표는 게임업계 1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삼성SDS 재직 당시 만난 선배인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과 게임 포털 한게임을 지난 1999년 함께 설립한 일화가 유명하다. 이후 NHN USA, CJ인터넷, 위메이드 등 대표직을 거쳤다. 비영리재단 게임인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남궁 대표는 2015년 직접 창업한 퍼블리싱 플랫폼 전문 기업 엔진(NZIN)이 카카오 투자를 받게 되면서 카카오에 합류했다. 엔진은 다음게임과 합병돼 2016년 카카오게임즈로 탄생했고, 남궁 대표는 지난 2020년 카카오게임즈 기업공개(IPO)를 성공시키고 지난해 모바일게임 ‘오딘:발할라라이징(이하 오딘)’ 흥행을 이끌었다. 이후 지난해 12월 카카오게임즈 각자 대표 사임을 공식화하고, 이듬해 3월 카카오 대표로 취임했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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