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사이클이 급변하면서 산업 내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력 품목인 메모리는 더 심각하다. 이는 3분기 실적에서 드러났다. 4분기는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도 반등이 어려울 전망이다. 두 회사는 사뭇 다른 전략으로 위기 상황을 맞이할 방침이다.
지난 27일 삼성전자는 2022년 3분기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매출액 23조200억원, 영업이익 5조12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기대비 19% 전년동기대비 1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기대비 49% 전년동기대비 49% 줄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매출 10조9829억원 영업이익 1조6556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기대비 20.5% 전년동기대비 7.0%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기대비 60.5% 전년동기대비 60.3% 축소했다.
이번 실적의 원인은 역시 메모리다. 연초만 해도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으나 상반기 말부터 나타난 불황 조짐이 하반기 들어 현실이 됐다. 실제로 메모리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호성적을 거뒀으나 글로벌 인플레이션, 미·중 갈등과 러·우 전쟁 장기화 등이 겹치면서 업황이 빠르게 악화한 탓이다.
메모리 주요 지표인 비트그로스(비트단위 출하량 증가율)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D램 및 낸드가 각각 10% 후반, 한 자릿수 후반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D램 및 낸드가 각각 한 자릿수 중반, 10% 초반 하락했다. 두 제품 평균판매가격(ASP) 20%대 추락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한진만 부사장은 “매크로 불확실성이 계속된 가운데 고객사 재고조정 폭이 예상보다 확대했다. 소비자용 제품군 수요 둔화세가 3분기까지 이어지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비트그로스(비트단위 출하량 증가율)가 가이던스를 하회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사업담당 노종원 사장은 “3분기 계절적 성수기임에도 전례 없을 정도로 수요 약세”라며 “PC와 스마트폰 등 수요 둔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서버 고객도 재고조정 우선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당분간 메모리 위축 국면이 이어질 전망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상반된 대응책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한 부사장은 “(우리가 보기에는) 현재 시장이 위축된 건 맞는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요 회복을 대비해야 한다고 본다. 올해 또는 내년 투자가 다음해 생산량 증대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며 “단기적인 수급 균형을 위해 움직이기보다는 적정 수준 인프라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쉘 퍼스트’ 방식을 펼친다. 이는 클린룸을 먼저 구축한 뒤 시장 수요와 연계해 탄력적으로 설비 투자하는 방식이다. 전용 공간을 미리 확보해놓고 필요 시 시설 투자에 돌입하기 때문에 수요 대응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어 유연성이 향상된다.
SK하이닉스는 투자 축소를 공식화했다. 올해 연간 투자액은 10조원대 후반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는 올해 대비 50% 이상 줄이는 것을 고려 중이다. 2008~2009년 금융 위기 때 단행한 긴축 정책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노 사장은 “생산 증가를 위한 웨이퍼 생산능력(캐파) 투자도 최소화하고 공정 전환도 일부 지연할 예정이다. 향후 팹 운영 효율성 향상을 위한 제품 믹스 및 장비 재배치도 검토 중”이라며 “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웨이퍼 캐파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내년 D램과 낸드 웨이퍼 생산량은 올해보다 줄고 선단 공정 비중도 당초 계획보다 낮아질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그나마 희망은 차세대 제품이다. 인텔의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가 늦어지면서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개화가 다소 지연된 바 있다. 양사는 내년부터 시장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관련 제품 비중 확대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