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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윤리 부재] 정부‧플랫폼, ‘손가락 살인마’ 막을 방법 없나?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156명이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이태원 참사에 온 국민이 비통한 마음으로 애도하고 있다. 황망한 젊은이들 죽음 앞에 전국 분향소로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으며, 기업‧기관들은 축제와 행사 등을 연기했다. 정‧재계를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주요 전세계 정상들도 위로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온라인에선 일부 이용자들이 이태원 참사를 놓고 ‘2차 가해’를 자행하는 비윤리적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사상자 존중 없이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현장 사진과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무분별하게 올리고, 확인되지 않거나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고, 유족에게 상처될 혐오 게시글 및 댓글까지 손쉽게 볼 수 있다.

이에 플랫폼 자율규제를 강화해 디지털윤리 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법적인 규제는 검열 논란에 직면할 수 있기에, 소셜미디어(SNS) 등을 운영하는 플랫폼사 스스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플랫폼사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지는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이용자 의식 수준 향상이 주효하다.

◆도 넘은 온라인 혐오 표현, 법적 처벌 가능=이태원 참사 이전에도 이러한 온라인 혐오 표현 논란은 지속돼 왔다. 유명 연예인과 인플루언서 등을 향한 악성 댓글뿐 아니라 세월호 침몰 사고 등 국가적 비극 사태에도 일부 이용자의 무분별한 비난은 멈추지 않았다. 치유받아야 할 당사자와 가족들이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사이버폭력으로 N차 가해를 끊임없이 당하고 있다. 일각에서 인터넷 실명제 부활까지 요구하는 배경이다.

이처럼 때마다 조명되는 디지털윤리 부재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를 뿌리째 뽑을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법령으로 혐오 게시물과 악성 댓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경우 ‘검열’ 우려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도 상충된다. 그렇다고, 법적으로 보호되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게시물과 댓글 내용에 따라 형법상 모욕죄와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죄로 형사처벌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경찰이 이번 이태원 참사 관련해 사이버상 악의적 비방글, 신상정보 유포 행위에 대해 엄정 수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정보통신망상에서 일어나는 문제인 만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삭제와 접속차단 등을 실시하고 있다. 방심위는 이태원 사고 관련 자극적 현장을 여과 없이 노출한 사진과 영상 11건을 지난달 31일 삭제‧접속차단했다. 방심위는 주2회 심의를 진행해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삭제와 차단 행위는 정부와 경찰이 직접 하지 않고, 방심위를 통해 이뤄진다.

방심위 정보문화보호팀 최승호 팀장은 “방심위에 신고를 하면, 심의를 거쳐 플랫폼 사업자에 시정요구를 통보한다. 이후 해당 게시물을 플랫폼사가 삭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모니터링 후 매주 심의하고 있으며, 최대한 빨리 진행하고자 하는데 신고부터 삭제까지 보통 2~3일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11월 한 달간 구글, 메타, 네이버, 카카오, 트위터, 데일리모션, VK, 타오바오, 텐센트, 핀터레스트, MS(Bing), SK컴즈(네이트) 12개 사업자와 핫라인을 구축해 이태원 참사 관련 개인정보 침해 집중 모니터링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중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에 대해선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네이버‧카카오‧트위터‧인스타그램, 국내외 플랫폼 모니터링 강화=이러한 조치에도 인터넷 특성상 복제와 유통이 빠르게 이뤄진다. 방심위 경우, 동일한 사진과 게시물이라도 1건씩 심의‧신고하게 된다. 방심위 조치를 통해 A플랫폼사에서 해당 게시물이 삭제되더라도, B플랫폼 내 커뮤니티에서는 같은 내용 게시물이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이번 사고와 관련된 잔혹·혐오·충격적 장면 등 악성게시물 유통 방지를 위해 주요 인터넷사업자 등에 자체규정에 따른 협조를 요청했다. 방통위는 네이버, 카카오, 구글 유튜브, 메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틱톡 등 국내외 플랫폼에 자체 규정에 따라 모니터링을 강화해 2차 피해 없도록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피해자 신원이 드러날 수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 등 게시글이나 댓글, 사고와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사실 등 유포나 공유를 자제해달라고 공지했다. 특히, 네이버뉴스는 댓글 작성 때 주의를 부탁했다. 네이버뉴스는 “일부 댓글에서 사회통념에서 벗어나는 글들이 눈에 띈다. 피해자들과 가족들이 댓글로 상처받지 않도록 개인정보 노출이 우려되는 글들은 삼가주시기 바란다”고 안내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이번 참사 관련 집중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으며, 트위터는 이태원 사고 관련 민감한 게시물에 라벨을 적용하고 있다. 라벨 적용 때 해당 게시물은 바로 보이지 않도록 처리되고, 이용자에게 삭제토록 했다.

이번 참사 이전에도 이미 각 플랫폼사는 자체 콘텐츠 규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구글 유튜브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통해 규칙을 수립하고, 전문 인력과 머신러닝을 접목해 정책 위반 콘텐츠를 삭제하고 있다. 정책 위반 경계선상에 있는 콘텐츠 조회수를 유튜브 전체 조회수 0.5%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스타그램도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게시물을 신고할 수 있고, 검토를 거쳐 조치를 취한다. 페이스북도 콘텐츠 규정을 통해 진실성, 안전, 개인정보보호, 존엄성에 위반될 경우 표현을 제한한다.

◆표현의 자유 VS 인권 존중, 플랫폼 자율규제만으로 가능한가?=물론, 이러한 운영 원칙에도 이태원 참사 관련 민감한 콘텐츠는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플랫폼과 각사 커뮤니티를 통해 지속적으로 유포됐다. 플랫폼사 모니터링과 이용자 신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완벽한 제한이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플랫폼 규제 강화 목소리도 나온다. ‘N번방 방지법’처럼 법 개정을 추진할 수 있지만, 법안 발의부터 국회 통과에 시행령 제정까지 수많은 시간이 필요로 한다. 이에 당장은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빠른 삭제 조치를 선행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법적 책임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플랫폼 규제 수위를 높일 경우 표현의 자유 침해와 사회적 책임 전가 논란에 맞닿을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성착취물에 대해서만큼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기 어렵고, 플랫폼사가 사회적 책임과 부담을 져야 한다는 합의를 통해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됐다”며 “이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는 사상자 명예와 사생활 문제로 (법규제 강화를) 확대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사고가 있을 때마다 플랫폼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인데, 지금도 자율규제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법적 강제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서 온라인 불법 콘텐츠 규제 수위를 논의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디지털서비스법(DSA)에 합의해 불법콘텐츠 단속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고 온라인 사용자를 보호하기로 했다. 반면, 미국 경우 불법 콘텐츠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에 책임을 부과하는 미국 통신품위유지법은 통과되지 않고 있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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