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영 칼럼

[취재수첩] CPS 활용 재난관리시스템 고민해야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지난 29일 벌어진 이태원 압사 참사는 안타까운 점이 많다. 핼러윈을 맞아 많은 인파가 한번에 몰릴 것이 이미 예견됐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난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그렇다. 두 번은 없어야 할 참사를 막기 위해 보다 촘촘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통신사의 가입자위치정보시스템(CPS), 즉 기지국 정보가 당국에 사전 공유됐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CPS를 기반으로 인구밀집도가 위험 수준에 도달하면, 시민들에게 경보와 재난 문자를 보내거나 또는 행정력이 질서 유지와 해산 안내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마냥 허황된 얘기는 아니다. KT는 지난 9월부터 CPS 빅데이터를 활용한 실시간 인구 데이터를 서울시에 제공 중이다. 이를 통해 주요 장소별 인구 혼잡도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재난관리 차원에서 통신사 CPS 데이터를 정부기관 및 지자체와 공유하는 시스템은 없는 실정이다. 기술요건은 갖췄지만 제도화되지 못한 것이다.

최근 국회는 통신사 CPS를 활용해 재난안전문자를 사전에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재난및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기존엔 중앙대책본부장 또는 지역대책본부장이 재난 대응에 필요한 경우에만 재난피해자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을 통신사에 요청할 수 있었다. 개정안은 사전적인 정보 제공이 어려웠던 점을 보완한 것이다.

다만 개인정보 침해 논란은 숙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고 예방을 위해 개인정보를 사전에 제공받는 것에 대해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자칫 개인정보가 정부기관에 무분별하게 제공될 위험도 있다. 실제,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CPS 정보를 수집했던 지난 2020년에는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논의를 미뤄둘 순 없다. 혹시 모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CPS를 활용한 재난관리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민감한 개인정보는 익명화하면서, CPS 데이터를 어떤 상황에서 어느 범위까지 공유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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