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카카오 먹통에 올라탄 정부·국회, 한 편의 코미디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카카오는 수일간 지속된 이번 서비스 장애 사태에 분명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밝힌다.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장애임에도, 이중화‧백업 조치를 이중 삼중으로 안전하게 설계했다면 그 피해는 현저히 줄었을 것이다.

하지만, 카카오 장애를 둘러싼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그야말로 ‘코미디’를 방불케 한다. 온 국민 관심이 카카오 먹통에 쏠린 이때, 이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자칭 구원투수들 정부‧국회 행보를 보자면 그러하다.

우선, 모두가 경험한 사례부터 언급하자면 ‘재난문자’다. “카카오T‧카카오맵 등 생활밀접 서비스 다수 이용 가능, 메일‧톡서랍 복구 중.” 휴대폰을 소유한 이라면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로부터 이러한 내용의 안전안내문자를 받아 본 적 있을 것이다.

지난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화재 현장을 찾아 과기정통부를 질타했다. 그 중 하나가 재난문자다. 왜 온 국민이 알 수 있게 정부가 나서서 재난문자를 보내지 않았냐는 것이다. 당시 몇몇 의원들은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대해선 문자가 왔었는데, (카카오 장애에 대한) 안내 문자는 없었다.”
“팔로우 몇명 되지도 않는 트위터를 통해서 (공지) 해버리고요. 과기정통부는 행안부와 협조해서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 문자를 했어야 한다.”

실제 다음날인 17일부터 과기정통부는 카카오 서비스 복구 상황을 재난문자로 발송했다. 재난문자 목적은 통상적으로 국민 생명‧신체‧재산 피해를 줄이는 데 있다. 정부가 이번 카카오 사태를 국가재난급으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카카오는 유일의 서비스가 아니다. 카카오는 멈췄지만, 이를 대신할 앱들은 너무나도 많다. 이용자들은 카카오톡 대신 라인과 텔레그램을 찾았고, 카카오T 대신 우티를 불렀다. 물론, 카카오 사용자와 파트너 불편은 컸지만, 국가가 국민에게 긴급 통보해야 하는 통신‧전력망 마비와 같은 위기상황과는 다르다. 민간에서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점을 책망해야 한다. 곳곳에서 ‘실시간 검색어’ 부활을 요구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쿠팡이나 인스타그램이 하루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재난문자로 국가가 국민들에게 알릴 것인가?

지난 18일에는 국회 호통에 과기정통부 장관이 국민께 카카오 장애를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카카오 경영진이 아닌 이종호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실제 장관은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사실 국회가 국민에게 먼저 사과해야 한다.

2년 전 박선숙 의원(민생당)이 발의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이 법사위원회를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아현국사 화재에 따른 KT 통신대란 후속 조치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자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국회 책임은 뒤로 하고, 취임 5개월차 장관에게 꾸짖는 행태다.

이러한 가운데, 국가 수장인 윤석열 대통령은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망이지만 사실상 국가기간통신망과 다름 없다”고 말하기에 이른다.

현재 정부와 국회는 이번 사태를 ‘국가 통신망 마비’와 같은 수준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가기간통신망을 사용하는 곳은 대표적으로 통신사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주파수 등 국가 자원을 입찰 등을 통해 할당받아, 기지국을 구축해 국민에게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영위한다.

하지만, 카카오와 같은 인터넷기업은 국가로부터 자원을 할당받아 사업하지 않는다. 인터넷망은 전세계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기 때문이다.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들 분노가 많다고 아무 말이나 던지면 되는 게 아니다”라며 “개인 도로를 국가 도로로 지정하는 얘기도 아니고, 제대로 된 진단을 촉구한다”고 언급한 배경이기도 하다.

심지어,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번 카카오 사태를 금융위기와 같은 수준으로 취급했다. 대통령부터 총리, 정부부처, 국회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카카오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본격적인 개입을 시사한 것이다.

자율규제와 산업활성화를 외쳤던 윤석열 정부의 180도 달라진 모습에, 국민 분노가 쏠린 카카오를 이용해 지지율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결국,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플랫폼 독과점 법규제 방안을 똑같이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분노를 덜어내고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산업 활성화를 꾀하면서, 플랫폼 서비스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지략을 펼쳐야 궁극적으로 향후 국민들이 더 큰 편익을 얻을 수 있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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