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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남긴 디지털 기록, 상속받으려면 무엇 필요할까?

이나연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온라인을 통해 축적된 정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사망자 디지털 정보를 관리하는 제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 유산 범위와 상속 방법은 물론, 사생활 보호나 잊혀질 권리와 충돌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따른 혼란이 야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디지털 유산 승계 제도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디지털 유산 문제 핵심은 프라이버시와 재산적 가치를 둘러싼 갈등”이라며 “디지털 유산 승계 제도화를 위해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디지털 유산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낮은 현실을 언급했다. KBS 시사기획 창과 ‘디지털 유산 승계 관련 사회 인식’에 대해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계정 상속제 인지 여부에 대해 ‘처음 들어본다’고 답한 이들이 57%에 달했다. 이어 ‘잘 모른다’는 39%, ‘잘 안다’는 4%에 불과했다.

현재 디지털 유산에 대한 이용정책을 운영하는 국내 기업은 네이버와 카카오, 싸이월드다. 네이버는 디지털 유품으로서 ▲계정정보(ID, 암호) ▲이용정보(이메일) ▲공개정보(카페 및 블로그 등에 공유한 글, 사진, 영상 등 콘텐츠) 3종류를 제시한다. 계정정보는 특정 권리주체만이 향유할 수 있는 권리인 ‘일신전속권’이므로 유족 상속이 불가하나, 유족이 원하면 회원 탈퇴 처리가 가능하다. 현재로선 공개된 이용정보와 공개정보만 백업을 지원하고 있다.

카카오 경우,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고인 카카오계정과 데이터를 유족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단, 유족이 요청하면 고인 계정을 삭제해준다. 싸이월드제트는 지난 6월부터 ‘디지털 상속권 보호 서비스’를 시작하며 싸이월드 회원 중 고인이 된 이용자의 디지털 유산을 유족에 전달하고 있다.

◆디지털 유산 상속 활성화를 둘러싼 현실적인 질문들=그렇다면 디지털 유산 승계를 제도화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법령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다양한 요소를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선경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사회적 합의를 통한 디지털 유산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비롯해 디지털 유산을 자산으로 볼지 혹은 개인정보보호 대상으로 볼지를 논의해야 어떤 법에 해당 내용을 녹일지를 결정할 수 있다”며 “디지털 자산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개인정보 보호 대상으로 본다면, 이를 상속하는 행위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얼마나 상충하는지 따지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김명보 법무법인 명천 변호사는 “최근 사진을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화해 가치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유튜브 영상도 마찬가지”라며 데이터에 대한 과거 고정관념을 바꾸고 이에 따른 법 제정 방향성을 달리해야 하는 시기라고 주장했다. 디지털 유산의 재산 여부를 구별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하다면, 기본적으로 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김 변호사 입장이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특정 정보가 디지털 자산인지 아닌지 구분 짓기가 현실적으로 힘든 측면이 있다는 것에 동의하며 당사자 중심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영화배우 로빈 윌리엄스처럼 사후 퍼블리시티권을 모두 제한하길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특정 데이터는 선별해 남겨주길 원하는 경우도 있다”며 “개개인이 선택권을 행사할 권리가 주어질 수 있도록 하는 법적 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사업자가 바라보는 디지털 유산 상속=전우상 싸이월드제트 운영팀장은 디지털 유산 상속에 관한 명확한 법률이 없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전 팀장은 “전 세계적으로 명문화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각 기업은 자율적 판단으로 디지털 유산 상속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며 “사후 디지털 자산 상속이나 위탁 관리 방법을 규정한 법이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디지털 유산 개념, 상속 여부, 절차, 권리 등에 대한 부분이 명확히 명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기업이 이용자 유족에게 인도 가능한 콘텐츠 범위 등이 제약적인데다, 절차적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영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사업자 입장에서도 디지털 유산 범위와 의미, 배상 절차, 합법성 여부 등을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업자 보호적인 측면에 대한 논의도 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특정 게시물 상속으로 인해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재산권 침해가 일어난다면 이에 대한 이의제기 신청이나 권한 승계 중지 요청을 할 수가 있다. 이에 대해 김 정책실장은 “서비스 제공 사업자는 이를 모두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놓일 수 있어 법안 내에 법적 분쟁으로부터 사업자를 보호하는 내용도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나연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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