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태원 참사' 명단 공개 논란의 본질은… '온라인 악플' [디지털 & 라이프]

양원모

-'온라인 모욕'(악플) 처벌 강화돼야 한 목소리

[디지털데일리 양원모 기자] 최근 정치권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를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개 제안과 함께 수면위에 떠오른 명단 공개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패륜'이라고 맞불을 놓으면서 논란으로 확대됐고, 앞으로 이태원 참사 국정 조사와 함께 주요 정치 쟁점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치료를 받아오던 20대 여성 1명이 전날 숨져 사망자는 총 158명으로 늘어났다고 1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밝혔다.

한편 이같은 여야의 정치공방을 뒤로하고, 일부 유족들의 경우 '명단 공개'에 반대하는 본질적 이유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명단 공개 시 뒤따를 '온라인 모욕', 즉 악플 테러를 걱정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태원 참사 이후 일각에서는 "놀러갔다가 죽은 것", "마약 때문" 등 혐오 발언, 가짜 뉴스가 확산되기도 했다. 현재의 저급한 국내 온라인 문화를 고려했을때 이같은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희생자 명단 확보해야” 野 의원 문자 공개에… 李 ‘정면 돌파’

이 대표는 지난 9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상에 어떤 참사에서 이름도, 얼굴도 없는 곳에 온 국민이 분향하고 애도를 하느냐”며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 영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틀 전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예결특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사진, 프로필을 확보해 추모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문진석 의원의 휴대 전화 메시지를 공개하자, 이를 공개 석상에서 언급하며 정면 돌파를 시도한 것이다.

이 대표의 주장은 여권은 물론 야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잇따랐다.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친 생각”이라며 이 대표를 비난했고,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도 “유족들 총의가 모여서 진행된다면 모를까, 슬픔에 빠진 유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대표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 11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고인 영정 앞에 그의 이름을 불러드리는 것이 패륜인가. 참사를 정치에 악용하는 것은 국민의힘이다. 정쟁에만 매몰되면 상식적 사고가 되지 않는다”며 도리어 국민의힘이 국면 전환을 위해 참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희생자 명단 공개?… 온라인 악플 공격 당할바엔 차라리

정치권에서 날 선 발언이 오가는 와중, 온라인에서는 “유족들이 명단 공개를 반대하는 이유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참사 희생자들을 향한 악플로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는 꼴이 될까 걱정돼 명단 공개를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막연한 우려가 아니다.

실제로 앞서 7일간의 국가애도기간 지정, 이태원 특별재난지역 선포, 국가배상 논의 등 정부 차원의 참사 수습 대책이 나올 때마다 지지보다는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일부 네티즌이 적지 않았다.

핼러윈이라는 특수 기간 ‘자유 의지’로 이태원을 찾았다가 변을 당한 게 국가 잘못이냐는 게 요지인데, 이후 온라인에서는 “놀러갔다가 죽은 사람들을 보상해줘야 하느냐”는 악플이 이어지기도 앴다.

지난 10월 30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이태원 사고 관련 장례 비용, 치료비 지원에 세금이 쓰여선 안 된다”는 청원이 5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아 소관 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다.

참사 초기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는 이번 사건과 마약을 결부 짓는 음모론이 돌기도 됐다.

이렇게 이태원 참사를 마뜩잖게 여기는 여론이 상당한 가운데 섣부른 명단 공개는 희생자들을 악플로 또 다시 고통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일부 유족들 주장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형 참사 희생자들을 겨냥한 악플은 일반적인 명예훼손·모욕 사건보다 형량이 높게 나오는 분위기다.

앞서 대법원은 2019년 인터넷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 최대 3년 9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양형 기준을 높인 바 있다.

다만 단순 모욕, 일회성 댓글은 처벌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구체적 사실'이 기재돼 있지 않아서다. 일례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경우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빗대 논란이 됐지만, 법적 처벌은 받지 않았다.

양원모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