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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먹통방지법, 데이터산업 시름…산업계 ‘산 넘어 산’

이나연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카카오 장애 사태 후 국회가 급하게 2년 전 폐기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하 방발법)’을 꺼냈다. 당시 중복규제 문제로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한 법이다. 이른바 카카오먹통방지법으로 부활한 방발법에 산업계 근심이 커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지난 1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른바 카카오먹통방지법으로 불리는 방발법을 의결했다. 여야 합의로 통합 조정된 법안에선 일정 규모 이상 부가통신사업자 및 집적정보통신시설 사업자에게, 방송통신 서비스 긴급 복구를 위한 정보체계 구성과 서버 저장장치 네트워크 전력 공급장치 등의 분산 및 다중화 등 물리적·기술적 보호 조치를 하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통신망법에 존재하는 내용으로 충분히 규제가 가능함에도 수범자를 확대해서 규제 성격을 강화하려고 한다”며 방발법이 거대 부가통신사업자인 네이버와 카카오에만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개정안은 적용 대상인 부가통신사업자의 구체적인 범위를 모두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어 해당 사업자 선정 기준을 예측하기 어렵다.

◆국내 데이터산업 경쟁력, 해외 빅테크 IDC 유치 저해=외국 사업자와 역차별이 발생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국내 부가통신사업자 의무를 강화했을 때 해외 기업들과 형평성을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국내 인터넷기업뿐 아니라 구글, 메타,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사업자도 법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설령 해외 기업들도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꼼짝도 안 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법을 지킬 수밖에 없는 국내 기업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라며 “미국만 보더라도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겠다는 움직임이 있지만 거대 플랫폼에 한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국내 플랫폼 사업자가 거대한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과 경쟁해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며 국민 편익을 증진할 여지를 만들고 있다”며 “오히려 국내 기업을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보호해야 할 입장인데 정부는 반대로 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뿐 아니라, 해외 IDC 국내 유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규제 강화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해외 IDC 사업자의 국내 투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초연결시대 데이터센터 수요는 증가하고 있는 데다, 한국은 동아시아 데이터센터 허브 입지를 갖추고 있다. 현재는 수도권 중심으로 IDC가 몰려 있으나 춘천시, 대구시, 순천시 등 주요 지자체까지 나서 데이터센터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외국 클라우드컴퓨팅 기업들이 국내 데이터센터 건립을 적극 고려하는 상황에서 본건 조항은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을 막는 등 데이터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급히 꺼낸 방발법, ‘중복규제’ 여전=결국 성장하는 데이터센터 사업에 이중규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통합 조정된 방발법 경우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 수립 대상이 되는 주요방송통신사업자 범위에 일정 규모 이상 부가통신사업자와 집적정보통신시설 사업자를 추가한다. 인터넷 사업자와 IDC 사업자를 통신‧방송사와 같은 그릇에 넣어 규제하겠다는 의미로 비칠 수 있다.

기간통신사업자, 지상파방송사업자, 종합편성채널사업자 등은 주파수 등 국가 자원을 활용해 허가 아래 운영된다. 민간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를 동법 규제 대상으로 포함하는 것은 법 체계상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2002년 헌법재판소 선고 내용에도 데이터센터 운영 사업자 및 부가통신사업자는 주요 방송통신사업자와 달리 주파수와 같은 희소자원이 아닌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을 수행하고, 해당 자원을 독점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재난 예방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는 만큼, 사후적·물리적 조치가 부족하다면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보완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정보통신망법에는 각종 위협으로부터 정보통신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물리적, 기술적 조치를 이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정보통신시설 멸실, 훼손, 운영 장애로 발생한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서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개정안보다 정보통신망법이 더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있어 이를 재정비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의견이다.

2년 전 법사위에서 방발법이 좌초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때 ‘정보통신망법’ 상 규제와 중복됐다고 판단했다. 당시 김종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현행법에 따른 IDC 규제 내용과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명시된 규제가 중복규제가 될 수 있다”며 “또 같은 규제를 서로 다른 법령으로 나눠 규제하면 피규제기업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인터넷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과 세부 내용을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든 빨리 입법화하려는 것이 가장 문제”라며 “주요통신사업자들은 전파나 주파수 등 국가가 관장하는 공용 자산을 이용해 사업하기에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가 존재하는 것이다. 단순히 인터넷 사업을 하는 부가통신 사업자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건 기본적인 토대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나연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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