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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접은 KT, 왓챠 거두는 LGU+…상반된 OTT 전략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국내 통신사들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전술을 짜고 있다. 자체 OTT ‘웨이브’를 가진 SK텔레콤과 달리, 그동안 KT와 LG유플러스는 OTT 사업에 소극적이란 평을 들어왔다. 실제 KT는 OTT ‘시즌’ 사업을 티빙에 매각했지만, LG유플러스는 ‘왓챠’ 인수로 새판짜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왓챠 인수를 위해 가격 등 주요 사항을 마무리짓고 세부 협상에 들어갔다. 왓챠가 발행하는 400억원 규모 신주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식이다. 왓챠의 투자 전 기업가치(프리밸류)는 200억~300억원대로 평가됐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자사 인터넷TV 가입자에게 제공하던 키즈 콘텐츠 플랫폼 ‘아이들나라’를 지난 11월 OTT 서비스로 전환했다. 오는 2027년까지 OTT 서비스 국내외 가입자를 100만명까지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다. LG유플러스가 왓챠 인수에 성공하면 약 100만명의 고객 관련 데이터를 바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선 LG유플러스가 왓챠를 인수한 후 아이들나라와 통합시킬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실제 LG유플러스는 아이들나라의 중장기 분사 계획을 세우고 투자 유치도 진행 중이다. 아이들나라와 왓챠를 통합하면 추후 투자 유치에 있어 몸값을 올릴 수 있다.

반면 KT는 자체 OTT 시즌을 티빙에 매각했다. 티빙은 시즌을 흡수합병해 지난 12월1일자로 합병법인을 출범했다. 다만 시즌의 100% 지분을 보유한 KT스튜디오지니가 새롭게 출범하는 합병법인의 지분을 취득해 3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단순히 매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분 확보로 연결고리를 남겨둔 것이다.

KT 입장에선 그러나 ‘출구 전략’이라는 평이 많았다. 합병 이전 시즌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지난 10월 기준 125만명으로, 국내 OTT 플랫폼 사이에선 큰 존재감 없이 후순위를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KT가 결국 자체 플랫폼 전략을 포기하고 티빙과 손을 잡아 시즌의 출구 전략을 마련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 이유다.

이러한 KT와 LG유플러스의 상반된 OTT 전략은 국내 OTT 업계가 적자 일색에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실제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거대 OTT의 ‘규모의 경제’ 전략에 맞서 막대한 콘텐츠 투자를 해야 하는 국내 OTT 기업들은 만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OTT 업계 관계자는 “KT는 티빙 매각으로 OTT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부담을 피했고, 반대로 LG유플러스는 왓챠 인수를 통해 반전 승부수를 띄웠다”고 해석하면서 “KT의 경우 티빙과 지분 협력을 통해 덩치를 키운 만큼 콘텐츠 공동제작 등이 기대되며, LG유플러스는 아이들나라와 왓챠의 시너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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