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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시대에 시청장벽 왠말…“청소년 OTT 가입시 부모 동의 필요”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앞으로 청소년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가입하려면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할 전망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선 OTT에 대한 청소년의 진입 장벽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 초안에는 친권자에 청소년인 자녀에 대한 시청지도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적혔다. 현행법은 청소년을 '만 19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 9월 국회 문턱을 넘은 영비법 개정안은 정부로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비디오물에 대해 영등위를 거치지 않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받은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등급분류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자체등급분류제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개정안에서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시행규칙에 담긴 ‘청소년 보호 방안’이다. 시행규칙 제15조의5에 따르면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받은 사업자는 청소년의 회원가입 과정에서 친권자의 동의를 확보해야 할 뿐 아니라, 친권자에 청소년의 최근 3개월간 이용내역을 제공하고 청소년 적합 등급·내용정보를 설정 가능하도록 해야한다.

특히 청소년 가입시 친권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부분과 관련 업계 일각에선 또 하나의 규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물론, 기존 OTT사업자들이 가입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대상은 14세 미만 아동으로 한정됐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만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 수집·이용시 법정대리인 동의를 받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가입 시 동의를 받아야 할 연령이 확대된 가운데 업계는 당초 사업 효율성을 높인다는 영비법 개정안의 취지를 고려했을 때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지정 기준이 과하다는 지적이다.

영비법은 앞서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모든 콘텐츠에 대해 상영등급 판정을 받아야 해 적시성이 특징인 OTT사업에 큰 타격을 준다는 주장이 업계에서 나오자 마련됐다. 등급분류가 완료되기까진 평균 12일이 소요되는 가운데 이 기간 영상물의 가치는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보호대상이 14세 미만까지였다면, 최근 그 연령대를 확대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안다"라면서도 "사업자가 본인인증을 진행해 그 나이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면 되는 문제인데 가입 단계에서 동의를 받으라는 것은 과하다. 청소년 보호와 통제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겠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번 개정안에 대한 청소년들의 의견은 어떨까. OTT 가입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대체로 청소년의 선택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김모군(18)은 “청소년 보호의 목적으로 동의를 받는다고 하지만, 유해한 영상을 보는 통로는 OTT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근 K-콘텐츠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시대의 흐름에 맞게 국내 학생들이 K-콘텐츠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모양(18)은 “고등학생이라면 자신의 선택이 본인한테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한창 판단력을 길러야 할 시기 모든 과정에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구하게 하는 것은 청소년이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다하는 성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자체등급분류사업자의 기준이 OTT사업의 허들로 작용하지 않는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해당 개정안이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고려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청소년은 시장에서 구매력 있는 소비자가 아닌 가운데 청소년 대상 콘텐츠에 대한 사업자의 투자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정책을 바꾸는 정부의 입장에서 옭고 그름을 떠나 기존 우리나라에서 작동되던 매커니즘을 바꾸는 것인 쉽지 않을 것이다. 청소년의 투표권 보장 문제 등 성인의 기준을 몇세로 볼 것인지에 대해선 정답이 없다”라면서도 “사업자의 입장에서 사업 허들로 작용할 수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한다”고 봤다. 이어 “사전적으로 옭아매기보다는 사후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고 덧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업자 의견을 적극 수렴해 법안을 보완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은 2023년 1월5일까지다. 문체부 관계자는 "입법예고 기간 들어온 의견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사업자들과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그때까지 충분히 열려 있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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