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우리도 애플처럼"…삼성 갤럭시, 가성비 대신 프리미엄 초점 [IT클로즈업]

김도현
- 원가절감→자체 생태계·성능 최적화 집중
- 갤럭시 전용 AP 개발 본격화…최원준 부사장 중책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전자가 ‘넛크래커’ 신세인 스마트폰 사업 전략에 변화를 준다. 가격 경쟁력이 아닌 기술력 및 브랜드 가치 향상에 무게를 두는 것이 골자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삼성전자 모바일익스피리언스(MX)사업부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했다. 해당 회의는 삼성전자가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국내외 경영진이 모여 사업별·지역별 현안을 공유하는 자리다.

MX사업부에 대한 내용은 디바이스익스피리언스(DX)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 주재로 다뤄졌다. 이날 한 부회장은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MX사업부장 노태문 사장 체제에서 지상과제였던 원가절감에 많은 힘을 쏟기보다는 갤럭시 생태계 확장을 최우선시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플래그십 모델 비중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스마트폰 중 프리미엄 제품 비율은 27%로 2020년(23%)대비 4%포인트 올랐다.

올해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인도, 베트남 등에서도 최상급 모델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 3분기 동남아 지역 프리미엄 스마트폰(400달러 이상) 출하량은 전년동기대비 29% 올랐다고 집계했다. 전반적인 시장 침체가 이어진 것을 고려하면 고가폰의 상승세는 더욱 눈에 띈다.

문제는 해당 부문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A 시리즈 등 중저가 제품을 통해 출하량 1위 자리를 지켜왔으나 매출 기준으로는 애플에 크게 뒤처진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이 플래그십 위주 정책을 펼친 결과다.

아울러 오는 4분기에는 출하량에서도 애플이 삼성전자를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 3분기 동남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출하량은 각각 13% 감소, 63% 증가로 희비가 엇갈린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애플 24% 내외, 삼성전자 20% 내외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프리미엄뿐만 아니라 중저가에서는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의 약진이 거세다. 중저가 스마트폰이 고부가 부품이 탑재되는 등 상향 평준화하면서 제조사 간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가 샌드위치 처지에 놓인 이유다.

일련의 위기 극복 차원에서 삼성전자는 갤럭시S 및 갤럭시Z(폴더블폰) 시리즈를 내세워 수익성 극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선 폴더블폰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 노 사장은 지난 8월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갤럭시 언팩 2022’에서 “완성도와 사용성을 높인 갤럭시Z폴드4·플립4 등을 통해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대수 1위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025년까지는 플래그십 모델의 50% 이상을 폴더블 제품으로 채울 방침이다.

애플의 또 다른 장점인 생태계 측면에서도 추격 의지를 드러냈다. 자체 운영체제(OS)와 AP를 사용하는 애플은 모바일 최적화 및 호환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더욱이 아이패드, 맥북 등과의 연동성은 애플의 브랜드 파워를 견인하고 있다.

4세대 폴더블폰 공개 당시 노 사장은 “기기 간 연결 경험을 강화하는 탄탄한 갤럭시 에코시스템을 바탕으로 더 많은 고객이 삼성 스마트폰 혁신 기능을 경험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갤럭시탭 등 모바일 기기는 물론 TV, 가전과의 연계에도 더 신경쓸 가능성이 크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인사에서는 최원준 부사장이 MX개발실장을 맡게 된 이어 AP솔루션개발팀장을 겸직하게 됐다. AP솔루션개발팀의 경우 신설된 팀으로 앞서 삼성전자가 시사한 갤럭시 전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 설계를 전담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내 시스템LSI사업부와의 협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인도 사업을 담당하는 서남아총괄을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강현석 대표 대신 박종범 부사장이 자리한다. 점유율 개선이 쉽지 않은 중국 대신 인도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심산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인도에서도 중상급 모델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내년부터 피처폰 생산을 종료하고 해당 라인을 스마트폰용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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