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삼성 파운드리, 4분기 매출 사상 첫 '8조원' 돌파…SK·DB는?

김도현
- 고부가가치 반도체 생산 효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메모리 부진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실적 하락이 기정사실화됐다. 불황 속 희망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분야다. 분기마다 역대급 매출을 찍는 중인 가운데 올해 4분기에도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반면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와 DB하이텍은 전기대비 역성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첨단 공정을 확보한 삼성전자와 달리 두 회사는 구형 기술 기반인 탓으로 풀이된다.

이달 초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매출은 55억8400만달러(약 7조3000억원)로 전기(55억8800만달러)대비 0.1% 하락했다. 이대로면 톱5 중 유일한 역성장이다.

이러한 통계에 대해 업계에서는 일부 오차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상황을 파악해 역산하는 조사기관보다는 내부 수치가 더 정확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0월 삼성전자는 ‘2022년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 부문은 선단 공정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및 성숙 공정 개선이 이뤄지면서 역대 최대 분기 매출 및 이익을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첨단공정 비중 확대, 생산 최적화 등으로 4분기 매출이 3분기보다 두 자릿수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10월 말 기준 고객사와 거래 상황, 수주잔고 등을 감안한 예상치임을 고려하면 현실 가능성이 큰 편이다. 최소 10% 오른다고 가정하면 4분기 매출은 8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반도체 한파에도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성장세를 유지하는 비결은 기술력이다. 현시점에서 7나노미터(nm) 이하 공정을 소화할 수 있는 곳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뿐이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는 지난 6월 3nm 공정을 세계 최초 상용화하면서 업계 1위 TSMC를 앞질렀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4년부터 3nm 이하 공정이 5nm, 6~7nm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3nm를 선점한 삼성전자에 긍정적인 소식이다. 삼성전자로 한정하면 3분기에 파운드리 매출이 낸드플래시 매출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낸드 부진이 주된 원인이겠으나 파운드리 몸집이 그만큼 커졌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

또 다른 요인은 고객사 다변화다. 그동안 삼성 파운드리는 시스템LSI사업부, 퀄컴, 엔비디아 등 비중이 컸다. 이중 퀄컴과 엔비디아가 최신 제품을 TSMC에 맡기고 시스템LSI사업부가 갤럭시 전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에 나서면서 주요 고객 물량이 줄었음에도 약진할 수 있었던 건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MS) 테슬라 등과 거래를 튼 덕분이다.

최근 자체 반도체 개발을 원하는 정보기술(IT) 회사가 늘어나면서 설계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삼성 파운드리 가치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 DB하이텍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이들 업체는 12인치(300mm) 대비 수익성이 낮은 8인치(200mm) 웨이퍼 라인만 갖추고 있다. 8인치에서는 상대적으로 단순하거나 가치가 낮은 칩이 생산된다.

전방산업 악화로 필수 반도체를 제외한 부품부터 주문을 줄여나가는 흐름에서 8인치 위주 업체들은 직격탄이다. 대만 언론에서는 내년 1분기 16nm 이상 성숙 공정 가격이 전기대비 10%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가동률 역시 12인치보다 8인치 먼저 떨어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DB하이텍 3분기 수주잔액은 전기대비 13.9% 감소했다. 약 2년 가까이 이어지던 오름세가 끝나게 됐다.

한편 SK하이닉스는 키파운드리 인수, DB하이텍은 시설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캐파)을 늘려가고 있다. 일련의 상황과 별개로 향후 업황 반등을 대비하는 차원이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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