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파운드리 파티는 끝났다"…'점유율 50%' TSMC마저 불황 예고

김도현
- 가동률·단가 동반하락 우려…하반기 반등 불확실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린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계가 주춤할 전망이다. 전방산업 부진으로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들이 주문량을 줄이는 영향이다.

4일 대만언론 등에 따르면 TSMC는 내년 1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5% 감소할 전망이다.

T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로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한다. 수년간 실적 신기록 행진을 지속하더니 작년 3분기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경쟁사와 달리 순수 파운드리로서 이뤄낸 성과인 만큼 뜻깊다.

반도체 업황이 하락 국면에 진입한 것과 별개로 TSMC는 지난해 4분기 들어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11월까지만 해도 역대 최대 월매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연말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TSMC는 매월 초중순 전월 성적을 공개하는데 조만간 발표될 12월 매출은 급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원인으로는 주요 고객사 출하량 감축이 꼽힌다. 최대 파트너인 애플의 경우 중국 정저우 사태 여파로 아이폰 등 판매에 차질을 빚었다. 최근 애플 기기를 생산하는 폭스콘 공장이 정상 가동률을 회복했으나 모바일 시장 자체가 침체 중이어서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대형 팹리스인 AMD, 엔비디아, 미디어텍 등도 위탁 물량을 줄여나가는 추세다. 핵심 수요처인 데이터센터와 PC, 스마트폰 등이 동반 위축된 탓이다. TSMC 7나노미터(nm), 6nm 라인의 올해 1분기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의 지난해 11월 실적은 단기 피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 1분기에는 첨단 공정 파운드리에서도 재고조정이 본격화하면서 팹 가동률이 큰 폭으로 하락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막대한 물량을 소화하는 TSMC가 흔들리면 나머지 업체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TSMC와 첨단 공정 경쟁 중인 삼성전자 역시 일부 고객이 겹치는 만큼 여파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UMC, 글로벌파운드리, SMIC, DB하이텍 등 성숙 공정 위주 업체 중 일부는 이미 가동률이 떨어진 상태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치솟던 파운드리 단가도 추락할 예정이다.

앞서 대만 경제일보는 2023년 1분기 파운드리 성숙 공정 가격이 전기대비 10% 이상 낮아질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경제일보는 “모든 업체 재고 수준은 여전히 높고 주문할 수 있는 수량은 적다”라며 “개별 고객 대상 일정량을 생산하고 나면 할인가를 제공하는 등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반도체 업계에서는 하반기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나타난 차량용 반도체발 수요공급 불균형이 재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시 완성차업계가 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파운드리 업체들은 정보기술(IT) 분야로 라인 전환했고 이는 전장용 칩 부족을 불러일으켰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한 번 구축하면 바꾸는데 최소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한 번의 잘못된 판단은 또 다른 병목현상을 발생케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