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통신자회사 중심이던 알뜰폰 시장에 적지 않은 균열이 예상된다. ‘토스’(Toss) 간판을 단 알뜰폰 요금제가 곧 출시되는 데다, KB ‘리브엠’ 역시 가입자들을 끌어모으며 선방하고 있어서다. 기존 통신자회사 알뜰폰 업체들도 5G 중간요금제 출시 등 공세에 나섰다. 새해 벽두부터 알뜰폰 시장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오는 1월말 출시를 목표로 알뜰폰 요금제를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월말 늦어도 2월초 중에는 알뜰폰 요금제를 론칭하겠다는 계획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7월 말 중소 알뜰폰 업체인 ‘머천드코리아’를 인수하며 알뜰폰 시장 진출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앞서 토스는 5600명의 이용자를 무작위로 선정해 알뜰폰 요금제 선호도 조사를 진행했고, 이에 따라 구체적인 요금제 라인업을 설계하는 중이다. 다만 기존 알뜰폰 업계가 걱정한 원가 이하의 최저가 요금제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비바리퍼블리카가 출혈 마케팅 경쟁을 지양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토스 알뜰폰은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토스는 이용자가 가입요금제에서 제공하는 기본데이터 용량보다 적게 데이터를 사용하면 요금 일부를 적립금으로 돌려주는 페이백 혜택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토스페이로 요금 결제시 추가할인을 해주는 혜택도 예상된다. 사실상의 요금 인하가 이뤄지는 셈이다.
토스에 앞서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KB국민은행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 역시 가입자들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리브엠 가입자는 2020년까지만 해도 10만명이 채 안되었지만 지난해 10월 약 35만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12월 컨슈머인사이트가 실시한 이동통신 기획조사에서는 78%로 고객 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오는 4월이면 알뜰폰 사업 특례 기간이 만료된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국민은행 사례와 같이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속 제공할 수 있도록 금융 관련 법령을 정비할 계획을 밝혔다. 오히려 4월 이후에는 국민은행 뿐만 아니라 다른 시중은행들도 알뜰폰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이처럼 신흥 알뜰폰의 등장으로 긴장하는 쪽은 통신사 계열 알뜰폰들이다. 통신사 자회사 알뜰폰 업체들은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서 만족도가 오히려 역성장할 정도로 근래 가입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통신사 망을 임대하는 알뜰폰 특성상 자유로운 요금 설계가 어렵다는 점이 진입장벽으로 꼽힌다.
다만 최근에는 이들 업체들도 반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KT엠모바일은 지난 2일 월 2만원대 5G 중간요금제 두 종류를 출시했다. 그동안 알뜰폰 업체들은 데이터 10GB 이하의 저용량 또는 100GB 이상 고용량 상품 위주로 요금제를 운영해왔는데, 이번에 KT엠모바일이 내놓은 요금제는 매달 데이터 20GB를 제공한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사업자들이 알뜰폰 시장에 들어와 규모를 키우면 그만큼 소비자들도 많이 유입되고 시장 자체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대형 자본을 가진 업체들이 도매가 이하로 요금제를 팔면서 시장을 장악하는 지경까지 가면 안 된다.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