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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틀어졌지만"…SK온-포드, 美 배터리 공장 구축 가속화

김도현

- 조단위 규모 장비 책임질 협력사 일부 공개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한국 배터리업체 SK온과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 간 협력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12월 미국 공장 기공식을 진행한 데 이어 제조 장비를 담당할 협력사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총액이 1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대형 거래들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K온과 포드의 배터리 합작사(JV) 블루오벌SK는 지난 18일부터 연이어 장비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 19~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블루오벌SK는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 및 테네시주 스탠튼 일대에 129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 생산기지를 마련할 계획이다. 켄터키주 1~2공장, 테네시주 1공장으로 구성된다. 이들 양산 라인은 오는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가동 예정이다.

켄터키 부지에는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정지 및 공장 뼈대를 구축하는 철골조 설치 작업 등 초기 공사를 개시했다. 이곳에서 지난달 초 SK온과 포드 경영진, 주정부 관계자, 협력사 관계자 등이 모여 기공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테네시 부지는 지난해 말부터 착공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SK온은 “블루오벌SK 공장 내 한국 장비업체 참여 비중이 90%를 넘는다. 주요 핵심 소재 역시 한국 기업 비율이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공개된 거래를 보면 SK온 말대로다. 참고로 배터리 생산 과정은 크게 ▲전극 공정(믹싱 – 코팅 - 롤프레싱 – 슬리팅) ▲조립 공정(노칭 - 스태킹 – 탭 웰딩 - 패키징) ▲화성 공정(디개싱 – 충방전 - 활성화)으로 나뉜다. 이 안에서 단계별로 또 세분화한다.

19일에는 윤성에프앤씨, 피엔티, 이노메트리, 자비스 등이 대상이다. 최근 배터리 업계 보안이 강화되면서 공시 내용에 고객사나 지역 등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나 시점, 기간, 기존 거래처 등을 분석하고 추가 취재를 통해 추렸다.

윤성에프앤씨는 전극 공정에서 활물질, 슬러리 등을 섞는 믹싱 장비를 생산한다. 이번에 982억원, 1106억원 등 2건 수주를 따냈다. 켄터키와 테네시에 나눠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피엔티는 전극 코팅 및 롤프레싱 설비를 납품한다. 역시 2건으로 1088억원, 1129억원 수준이다. 윤성에프앤씨와 마찬가지로 앞부분인 만큼 각각 올해 말, 내년 초까지 장비 설치가 완료될 전망이다.

이노메트리와 자비스는 조립 공정에서 검사 장비를 맡는다. 엑스레이 기술 기반으로 셀을 살피는 역할이다. 두 회사는 각각 131억원, 161억원 계약을 맺었다.

20일에는 톱텍이 2821억원 계약 소식을 전했다. 예상보다 큰 규모다. 톱텍은 양·음극판에 각각 알루미늄과 구리 탭을 붙이는 탭 웰딩 장비 수주를 기대했으나 패키징 제품까지 거래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태킹은 비상장사인 우원기술이 유력하다.

나머지 장비들은 25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노칭은 유일에너테크와 엠플러스, 우원기술 등이 경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개싱과 외관검사기는 에스에프에이 등이 거론된다. 활성화 장비에는 중국 항커커지가 이름을 올렸다는 후문이다.

배터리 장비업체 관계자는 “블루오벌SK의 경우 SK온은 물론 포드 승인까지 필요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환율 영향으로 생각보다 계약이 늦어진 걸로 안다”며 “최근 투자비 부담이 커진 만큼 SK온 입장에서는 최대한 싼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일부 제품은 입찰을 여러 차례 진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SK온과 미국 포드, 튀르키예 코치 등은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 구축 계획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해당 3사는 지난해 3월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시 튀르키예 앙카라 인근 지역에 하이니켈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생산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르면 오는 2025년부터 연간 30~45기가와트시(GWh) 규모로 생산 개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금시장이 위축됐다. 이는 공사비 부담 확대, 투자 유치 차질 등을 유발했다.

아울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유럽 에너지 비용이 급등하면서 현지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에 3사 간 논의가 지지부진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포드는 대안으로 LG에너지솔루션 등을 고려 중이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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