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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배우, 로리콘?... '선 넘는' 증권가 조어에 온라인 논란 [e라이프]

양원모


[디지털데일리 양원모 기자] '에로배우'와 '로리콘'.

음란 사이트에서나 볼 듯한 단어 같지만 아니다. 최근 증권가에서 유행하는 신조어(造語)다. 그런데 여기서 에로배우는 '너지, 봇, 터리, 주항공'의 머릿글자다.

또 로리콘은 '봇, 오프닝, 텐츠'의 줄임말이다. 계묘년 증시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주도주들의 앞글자로 증권가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주가가 급락세를 탓던 작년에는 한 때 '태조이방원'이 유행했었다. 태양광·조선·이차전지·방산·원전의 약어다. 물론 조어가 아니라면 '태조이방원'이란 표현은 역사적 사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왜곡이다. 조선 태조는 이성계이고, 이방원의 시호는 태종이다.

증권가에선 화제성을 위해 이처럼 눈에 확 꽂히는 조어가 종종 등장하는데, 사실 특별한 경계가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온라인 반응이 좀 싸늘하다. 특히 로리콘(롤리타 컴플렉스)은 '소아 성애자'를 뜻해 일각에선 "선을 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에는 '2023년 유망주 에로배우'라는 제목으로 한 종편 아침 프로그램 캡처 사진이 올라왔다.

올해 증시에서 흥행이 예상되는 업종·테마 등을 꼽으면서 관련 증권가 조어를 소개하는 장면이었다. 화면 중앙에는 '2023년 유망주 에로배우'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CG 처리돼 있었다.

경제 전문가는 에로배우 단어를 소개하며 "요즘 가장 증권가에서 저 단어가 화두가 되고, 자주 언급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앵커는 "에로배우. 에너지, 로봇, 배터리, 우주항공. 1타 강사 수준으로 잘 만든 조어 같다"며 맞장구쳤다.

◆'튀어야' 살아남는다... 증권가 신조어의 역사

수백개의 종목이 명멸하는 주식 시장에서 '신조어'는 현재 증시 분위기를 압축해 전달하면서 관심을 집중시키는데 효율적이다.

가장 중요한 건 입에 착착 감기는 '말맛'과 '임팩트'다. 부르기 편하고, 기억하기 쉬우면서, 뇌리에 박힐 만큼 인상적이어야 한다.

2011년 증권가에서는 '차화정'이란 단어가 유행했다. '자동, 학, 유'의 줄임말로 2010년대 초반 주식 시장을 주도했던 업종의 글자를 하나씩 따온 말이다. 사람 이름을 연상시키는 친숙함 덕분에 현재도 종종 쓰이고 있다.

2012~2013년에는 전차군단, 바카라 등이 회자됐다. 전차군단은 '전기·전자, 자동차'를 부르는 말이다. 2012년 1분기 이들 업종이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자 독일 국가대표 축구팀 별명인 '전차군단'을 차용해 이름이 붙었다. 바카라는 '이오, 지노, 딴따(엔터테인먼트)'에서 한 글자씩 따온 것이다.

2022년에는 '태종 이방원'이 유행했다. '양광, 선, 차 전지, 산, 전'의 앞글자를 가져온 것으로, 같은 해 KBS1에서 동명의 사극이 인기를 끌며 입에 오르내렸다.

◆임팩트 위해 '아동 성애자' 표현까지... "천박하다"

올해 뜨는 단어는 '에로배우'와 '로리콘'이다. 주목성을 높이려 성(性)적인 어휘들을 끌어들인 것인데,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특히 로리콘은 아동 성애, 아동 성애자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정도를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에로배우도 비슷한 이유로 뭇매를 맞고 있다.

한 더쿠 이용자는 "사회 수준이 전반적으로 천박해지는 것 같다"며 "방송이 저러는데 내부에서 안 걸러질 정도면 집단적으로 문제의식이 없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상사가 부하 직원한테 개그라면서 저런 드립을 쳤다면 성희롱으로 신고당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신조어 종목을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네티즌은 "이런 용어가 나왔다는 건 기관이 차익 실현을 위해 개인들에게 사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며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래된 역사를 가진 증권가의 '조어' 문화가 주는 효율성과는 별개로, 요즘 사회의 눈높이에선 괴리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달라진 세태를 반영한다.

양원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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