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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IT] 은행이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어도 괜찮을까?

권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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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토스 자회사 토스모바일이 오는 30일 신규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한다고 해 화제예요. 금융 플랫폼이 알뜰폰 사업에 진출하면서, 기존 통신사보다 저렴한 요금제와 혜택을 기대하는 것이죠. 토스보다 앞서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을 론칭한 KB국민은행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토스나 국민은행처럼 금융 사업자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반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아요.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나 휴대폰 판매점주들은 대놓고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어요. 이들은 금융 알뜰폰에 대해 무엇을 걱정하는 것일까요? 과연 금융사들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어도 문제는 없을까요?

“은행이 알뜰폰을 하는 게 왜?”

사실 국민은행 알뜰폰 ‘리브엠’ 서비스는 특수한 케이스예요. 원칙적으로 금융사는 금산분리 규제 때문에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수 없거든요. 금산분리란 이름 그대로 ‘금융’과 ‘산업’을 분리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금융 회사는 유통업·제조업·통신업 등 금융과 관련이 없는 사업에는 진출할 수 없어요.

그럼 토스 모바일이나 리브엠은 어떻게 나오게 된 거냐고요? 일단 토스는 일반금융업이 아닌 전자금융업에 해당되어서, 금산분리를 적용받지 않고요. 국민은행은 ‘규제 샌드박스’라고 해서, 정부가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어준 덕에 리브엠을 출시할 수 있게 됐어요. 2019년 금융위원회가 알뜰폰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줬죠.

“그럼 문제 없는 거 아냐?”

규제 샌드박스는 쉽게 말해 정해진 기한 내에서 특별히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제도예요. 국민은행은 2019년에 2년 한정 사업특례를 받았고, 2021년에 기간을 2년 더 연장 받았어요. 이제 올해 4월이면 연장된 사업특례 기간도 만료되죠. 하지만 국민은행은 사업을 계속하고 싶어 하고, 알뜰폰 진출을 고려하는 다른 은행들도 눈치를 보고 있어요.

이에 금융위원회는 알뜰폰을 금융기관의 부수업무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요. 금융법은 금융업무를 ①고유업무 ②겸영업무 ③부수업무로 구분하고 있는데, 부수업무에 통신업을 넣게 되면 은행이 자유롭게 알뜰폰 사업을 할 수 있죠. 이처럼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된다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는 은행들이 더 많아질 수 있어요.

문제는 아까도 말했듯, 일부에서 이를 반대하고 있다는 거예요. 알뜰폰 사업자를 대변하는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 그리고 휴대폰 판매점주들이 모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최근까지 “알뜰폰의 은행 부수업무 지정을 반대한다”는 내용으로 여러 차례 성명을 냈어요. KMDA는 금융위원장에 서한을 보내 읍소까지 했고요.

“도대체 왜 반대하는 거야?”

은행들의 자본력 때문에 그래요. 중소 사업자 대비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원가 이하 요금제를 팔면 어떡하나 싶은 거예요. 은행들은 알뜰폰 사업으로는 남는 것 없이 손해라 하더라도, 본업인 예대금리차로 버는 돈이 있으니 적자를 감수할 여력이 있어요. 하지만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그럴 체력이 없으니 자칫 도산해버릴 수도 있어요.

이런 식으로 금융 알뜰폰으로부터 가입자들을 빼앗긴 휴대폰 판매점주들도 마찬가지 생각이에요. “은행들은 알뜰폰 사업에서 수익을 볼 생각 없이 요금 할인이나 사은품 지급 등 금권 마케팅 경쟁을 할 것이고, 중소 유통업체는 거대 금융 기관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 때문에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들 주장이에요.

“하지만 소비자들은 좋은 것 아냐?”

맞아요. 은행이든 금융 플랫폼이든 일단 다양한 사업자가 시장에 들어와야 경쟁이 활성화되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실제로 리브엠 가입자는 2020년까지만 해도 10만명이 채 안되었지만 지난해 10월 약 35만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어요. 지난 12월 컨슈머인사이트가 실시한 이동통신 기획조사에서는 78%로 고객 만족도 1위를 차지했고요.

이들 알뜰폰이 약진할수록 기존 통신사들은 긴장할 거예요. 가입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더 좋은 요금제와 혜택을 고민할 테고요. 소비자들은 다양한 요금제 가운데 원하는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지겠죠. 실제 토스 모바일은 페이백 형태의 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인데, 이는 기존 통신사엔 없던 요금제예요.

그치만 마냥 좋다고만 할 수도 없어요. 은행들이 벌인 치킨게임으로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도산해버리면 시장 자체가 흔들릴 수 있으니까요. 어느 시장이든 특정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장악해버린 시장에선 혁신이 나올 수 없어요. 은행들도 무차별적인 출혈 경쟁보다는 중소 업체들과 어느 정도 공존할 수 있는 상생의 길을 걸어야 하지 않을까요?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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