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최근 윤영찬 의원이 알뜰폰 도매 규제를 폐지하는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눈길을 끕니다. 도매제공 의무나 도매대가 규제 같은 것들은 모두 알뜰폰의 요금 경쟁력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죠. 이 법안이 과연 알뜰폰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알뜰폰 업계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일단 규제에 대해 살펴보죠. 현재 정부는 이동통신시장에서 1위 점유율로 지배적 사업자로 분류되는 SK텔레콤에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알뜰폰은 이동통신사의 망을 임대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통신사가 망을 제공하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도매제공 의무를 만든 것이죠.
또 통신사와 알뜰폰 업체들이 도매대가를 결정하는 협상을 할 때, 지금까지는 정부가 알뜰폰을 대신해 통신사와 협상을 해 왔습니다. 중소 업체들이 많은 특성상 알뜰폰은 통신사에 비해 협상력이 낮기 때문에 생긴 관행이죠. 도매대가 산정 기준 또한 ‘리테일 마이너스’(Retail Minus)라고 해서 정해진 기준이 있었습니다.
법안은 이러한 내용의 도매 관련 규제 조항들을 삭제한 것이 특징입니다. 알뜰폰 시장의 자율성 보장에 좀 더 초점을 둔 것이죠. 대신, 몇 가지 안전장치를 뒀습니다. 일단, 도매제공 의무는 한 차례에 한 해 추가 연장(3년)하기로 했습니다. 시장에 주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딱 3년만 더 의무를 이행하라는 겁니다.
또한 대가 규제 폐지로 과도하게 대가가 인상될지도 모른다는 알뜰폰 업계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심사에 따라 협정신고를 반려할 수 있게 하는 ‘시정명령권’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부여했습니다. 정부가 보고 도매대가가 과도하게 올랐다 싶으면, 이를 반려하고 통신사에 경고를 줄 수 있게 한 것이죠.
어찌 보면 합리적인 안으로 보여집니다.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보다는 시장 자율 환경에서 알뜰폰이 자체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되,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만들어준 것이니까요. 그동안 일부 알뜰폰 업체들이 자구력을 기르지 않고 정부 지원에만 매달려 서비스가 뒤처졌다는 비판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우려도 많습니다. 실제 알뜰폰 업계에선 법안 취지와 달리, 도매대가 인하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부가 도매대가 협상에 개입하는 지금도 대가 인하가 잘 안되는데, 사업자 자율에만 맡긴다면 협상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것이죠. 특히나 알뜰폰에 가입자를 뺏길 걱정을 하는 통신사가, 도매대가 인하를 적극적으로 해줄까요?
시정명령 부분도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내용을 잘 보면, 정부의 사후 검토를 거쳐 대가 인상 또는 불합리·차별적 조건이 포함된 경우 신고를 반려하도록 되어 있는데, ‘대가 인하’를 얼마 이상 해줘야 한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그동안 도매대가는 정부가 협상한 덕에 늘 인하만 돼 왔는데, 이제와 대가 인상만 규제한다면 별 의미가 없죠.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해당 법안은 기존의 사전규제를 사후규제로 바꾼 것인데, 알뜰폰 시장은 중소 업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아직 사전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사후규제로 하게 되면 결국 주도권을 통신사에 주는 것”이라며 “도매제공 의무 3년 연장이나 시정명령권 같은 것들은 안전장치로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