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간으로는 매출 302조2314억원, 영업이익 43조3766억원으로 나타났다. 각각 전년대비 8.09% 상승 15.99% 떨어졌다. 연매출은 2021년에 이어 사상 최대를 경신했으나 수익성 악화로 웃지 못했다.
이번 실적에서는 반도체 사업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4분기 매출 20조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기대비 13% 전년동기대비 24% 감소했다. 메모리로 한정하면 전기대비 20% 전년동기대비 38% 하락으로 낙폭이 더 컸다.
DS부문 4분기 영업이익의 경우 2700억원으로 적자를 겨우 면했다. 전기대비 95% 전년동기대비 97% 축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적자를 보인 2009년 1분기 이래 최저 수준이며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미만으로 떨어진 건 2012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이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김재준 부사장은 “4분기 메모리는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고객 재고 조정이 이어져 수요가 약세였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4분기 D램은 비트그로스(비트단위 출하량 증가율) 한자릿수 후반이었으나 평균판매가격(ASP)가 30% 초반 하락했다. 이 기간 낸드플래시 비트그로스는 10% 초반, ASP는 20% 후반 하락했다. 메모리 수요가 줄면서 주요 제품 단가 하락은 불가피했다.
문제는 1분기 상황도 좋지 않다는 점이다. 메모리 부진에 따라 1분기 적자 가능성도 점처진다. 김 부사장은 “서버 고객의 재고 조정 기조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단기 수요 회복 모멘텀 약세가 우려되는 가운데 금리 정책, 매크로 변수 등에 따른 변화를 지속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모바일과 PC는 계절적 비수기 영향, 소비 심리 위축 등 악재가 겹쳤다. 중국 코로나19 회복 상황, 경기 부양책 등이 변수”라고 분석했다.
그나마 긍정적인 건 인텔 등의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에 따른 차세대 D램(DDR5) 판매 본격화, 모바일에서 하이엔드 LPDDR5X 확대, 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지속 등이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전략을 유지했다. 김 부사장은 “시황 약세가 당장 실적에 우호적이지 않으나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면서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시설투자액(CAPEX)은 전년 수준으로 예상된다. 대신 CAPEX 내 연구개발(R&D) 항목 비중을 늘려 미래 수요 대비를 가속화하기로 했다.
시스템반도체는 시스템LSI와 파운드리사업부 희비가 엇갈렸다. 시스템LSI는 메모리와 마찬가지로 재고 조정 여파로 실적이 감소했다. 이는 시스템온칩(SoC)이나 이미지센서 등 주력 제품 부진으로 이어졌다. 다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모바일 SoC는 역대 최고 매출을 찍었다.
1분기 흐름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권혁만 상무는 “중저가 볼륨존 SoC, 2억화소 이미지센서 판매 확대 등을 통해 실적 하락 폭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차량용 SoC 분야에서는 유럽 프리미엄 OEM향 개발 샘플 적기 공급, 미주 자율주행차 솔루션업체와 제품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파운드리사업부는 선단공정와 고성능 컴퓨팅(HPC) 비중 확대로 4분기 역대 매출을 달성했다. 그러나 글로벌 고객 재고 조정 영향으로 가동률이 하락 국면에 진입해 수익성은 악화했다. 작년 6월 세계 최초 상용화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미터(nm) 1세대 공정은 안정적인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토모티브 파트는 5nm 양산에 이어 4nm 개발에 착수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정기봉 부사장은 “1세대 양산 경험을 기초로 3nm 2세대는 빠르게 개발 중이다. 이에 따라 다수의 모바일 및 HPC 고객 관심이 늘었다”고 이야기했다.
1분기 경기 성장 둔화로 수요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팹리스 재고 조정 영향으로 가동률 하락에 따른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 업황은 하반기 들어 회복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전방산업 부진에도 선방했다. 4분기 매출 9조3100억원, 영업이익 1조820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동기대비 8%와 27% 상승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기획팀 최권영 부사장은 “글로벌 악재 지속으로 시장 수요가 위축됐으나 하이엔드 스마트폰 중심 운영으로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며 “대형 사업은 연말 성수기 TV 판매 증가로 매출이 늘고 적자 폭은 완화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작년 6월 철수한 액정표시장치(LCD) 재고 소진이 완료돼 퀀텀닷(Q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 사업 전환을 본격화했다.
1분기 스마트폰 수요는 비수기에 경기둔화가 더해지며 전년대비 역성장이 유력하다. 삼성전자 ‘갤럭시S23’ 시리즈 등 플래그십 모델 출시에 적극 대응해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다. 대형은 안정된 수율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판매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앞서 언급한 이유로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익스피리언스(DX)부문도 부진했다.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등을 담당하는 모바일익스피리언스(MX)·네트워크사업부의 매출액은 26조9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가량 감소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억7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약 36% 줄었다. 이 기간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은 5800만대, 평균판매가격(ASP)은 240달러(약 29만원)다.
이날 삼성전자 MX사업부 다니엘 아라우조 상무는 “4분기는 인플레이션과 국제 정세 불안정 등으로 중저가 시장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신모델 출시 효과도 떨어지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1분기는 신제품 출시가 예고됐으나 시장 전반이 가라앉으면서 엄청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프리미엄 태블릿, 웨어러블 등 마케팅 확대로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은 더욱 심각하다. 4분기 매출 15조5800억원, 영업손실 60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5% 늘었으나 2015년 1분기 이후 약 7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작년 2분기까지만 해도 영업이익 8000억원으로 평상 수준을 유지했으나 3분기 들어 3600억원으로 떨어졌고 4분기는 결국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TV를 다루는 VD는 네오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와 초대형 TV 등 프리미엄 제품 기반으로 매출과 이익이 모두 올랐으나 생활가전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가전은 시장 악화와 경쟁 심화에 따른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급감했다.
1분기 업황도 긍정적이지 않으나 기대 요인도 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김상윤 상무는 “원자재 가격이 하락 추세지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수요 증가로 인해 예상 대비 하락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해상운임도 작년 하반기부터 하락세지만 코로나19 이전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상황이 유동적이라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시설투자 20조2000억원을 집행했다. 반도체 18조8000억원, 디스플레이 4000억원 수준이다. 연간 시설투자액은 53조1000억원이다. 반도체 47조9000억원, 디스플레이 2조5000억원 내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