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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韓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 약탈 '네버엔딩'…삼성 "가만 안 둬"

김도현

- 법적 대응 본격화…특허청 지원 사격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중국발(發)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기술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격차가 워낙 커 불법적으로 노하우를 확보하더라도 제대로 활용 못 하는 데 반해 기술력이 상당 부분 올라온 디스플레이에서는 부정하게 획득한 기술로 중국이 한국을 위협하는 분위기다. 이에 정부와 산업계에서는 본격적으로 중국을 제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팔을 걷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인저드가젯, 모바일센트릭스, 가젯픽스 등 미국 부품 도매사 17곳이 외부 디스플레이 부품과 패널을 활용할 수 없도록 수입 또는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업체들은 미국 내 다수 사설 수리업체에 삼성전자 갤럭시, 애플 아이폰 등 수리용 패널을 대량으로 납품해왔다. 문제는 이들이 활용한 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 ‘다이아몬드 픽셀’ 등 핵심 특허를 상당 부분 침해한 부분이다.

더욱이 대부분 제조사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출처 불명 제품이라는 점에서 대처가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주로 중국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정하나 중국 특성상 법적 대응이 사실상 통하지 않아 미국으로 공격을 우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이아몬드 픽셀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2013년부터 도입한 기술이다. 이는 적색(R) 녹색(G) 청색(B) 픽셀을 45도 대각선 방향의 다이아몬드 형태로 구성한 방식이다. 인간의 망막이 G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 착안해 G 소자를 작고 촘촘하게 늘려서 구성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7개 기업이 수입해 판매 중인 OLED가 자사 다이아몬드 픽셀 등 특허 4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패널이 사용된 스마트폰은 아이폰12·12프로, 갤럭시S9~S22 시리즈 등이다.

소송 근거로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에서 IP 보호 수단으로 자주 이용되는 미국 관세법 337조를 들었다. 이 조항에는 미국에 등록된 특허, 저작권, 등록상표를 침해하는 등 제품 수입, 판매에 있어 불법적인 행위를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ITC가 삼성디스플레이 요청에 따라 리페어 시장조사에 착수할 시 공식서비스센터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등 미국 내 수리 업계에 미칠 파급력은 상당할 전망이다.

이에 엔가젯 등 수리업체와 연관된 매체에서는 ‘수리할 권리’가 침해받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러한 의견에 디스플레이 업계와 특허 전문가들은 “제품과 브랜드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제조사가 불분명한 디스플레이 부품을 사용하는 관례를 없앨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적재산(IP) 보호를 위해 적극 대응할 것을 예고했다. 지난해 1월 삼성디스플레이 최권영 부사장은 “축적된 IP를 보호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면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지키고 정당한 가치를 받을 수 있게 다양한 조치를 강구하고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언급한 내용을 실행에 옮긴 셈이다. 작년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등 고객사에 자체 OLED 특허를 부당 사용한 제품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한편 중국의 약탈은 반도체 분야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화학기계연마(CMP) 공정, 초임계 세정 기술 등이 국내 인력을 통해 중국으로 넘어갔다. 이러한 유출로 인한 피해액은 수백억~수천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연이어 반도체 기술이 중국에 흘러감에도 중국 반도체 경쟁력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다만 이런 식으로 손쉽게 반도체 공정 노하우가 넘어갈 경우 중국이 어느 순간 턱밑까지 쫓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산업이 그랬다.

이에 특허청 등 정부에서는 한국 IP 보호를 위한 활동에 나선다. ▲IP 행정시스템 혁신 ▲첨단산업 미래성장동력 확보 ▲IP 기반 성장생태계 조성 등이 골자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세계적 패권 경쟁과 당면한 복합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 IP”라면서 “특허청은 주무 부처로 고품질 IP 행정 서비스를 구현하면서 IP 기반 미래 첨단기술 선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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