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LCD와 헤어질 결심' 빨랐던 삼성 vs 느렸던 LG…실적 엇갈린 이유

김도현
- 삼성디스플레이, 지난해 6월 LCD 철수
- LG디스플레이, 中 LCD 공장 가동률 대폭 축소
- 韓 DP, OLED 응용처 확장·차세대 제품 준비 박차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희비가 엇갈렸다. 전방산업 부진이라는 공통 악재에 대규모 흑자와 적자라는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양사의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 격차는 공교롭게도 약 8조원으로 유사했다. 무엇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왔을까.

지난달 31일 삼성디스플레이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기준 2022년 4분기 매출 9조3100억원, 영업이익 1조82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동기대비 2.8%와 38.6%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34조3800억원, 영업이익은 5조950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동기대비 8.4%, 33.4%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의 경우 4분기와 연간으로 모두 사상 최대다.

지난달 27일 LG디스플레이는 K-IFRS 연결기준 작년 4분기 매출 7조3016억원, 영업손실 8757억원으로 나타났다. 각각 전년동기대비 17.1% 감소, 적자전환했다.

연간으로는 매출 26조1518억원, 영업손실 2조85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2021년보다 12.7% 축소했고 연간 영업손실을 낸 건 2020년 이후 2년 만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두 회사의 실적 차이는 상당했다. 업계에서는 액정표시장치(LCD) 탈출 속도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군 차이를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우선 LCD는 몇 년 전부터 수익성이 급감한 분야다. 정부 지원에 힘입은 중국이 저가물량 공세를 펼치면서 시장을 장악했고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힘을 못 썼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선제적으로 LCD 철수 작업에 돌입했다. 중국 CSOT에 중국 쑤저우 LCD 팹을 넘기는 등 속도를 냈다. 당초 2020년 말 종료를 계획했으나 삼성전자 등 고객사 요청으로 일정 기간 연장됐고 지난해 6월에서야 완전히 손을 뗐다.

LG디스플레이도 OLED 전환을 위해 국내 LCD TV 패널 라인을 줄이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다만 상대적으로 LCD 비중이 크고 코로나19 국면에서 LCD 가격이 일시 반등하면서 재미를 본 LG디스플레이는 정보기술(IT)용 LCD에 집중한 바 있다.

문제는 팬데믹 이슈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LCD 몸값이 폭락한 점이다. 이에 따라 중국 업체는 물론 LG디스플레이도 직격탄을 맞았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내 LCD 공장 가동률도 대폭 낮추는 등 부랴부랴 대응에 나선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조기 엑시트(Exit)’ 효과는 점차 나타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재고 소진이 완료돼 대형 부문 적자 폭이 완화됐다. 퀀텀닷(QD)-OLED 중심 사업 전환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도 LCD 탈피에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다. LG디스플레이는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한 LCD는 순차적으로 정리해 나갈 것”이라며 “중국 TV용 LCD 공장 가동률을 50% 수준으로 줄였다. 올해 1분기부터 약 1조원의 비용 감소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다른 점은 OLED에서 비롯됐다.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LG디스플레이는 대형 강자다. 일단 LCD에서 OLED 전환 속도는 TV보다는 스마트폰이 빠르다.

이에 LG디스플레이도 플라스틱(P)OLED를 내세워 소형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으나 작년 하반기 삐끗했다. 양사의 주요 고객 중 하나인 애플이 아이폰14 상위 모델에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박막트랜지스터(TFT) 기반 OLED를 탑재했다.

이 과정에서 LG디스플레이가 일부 물량을 소화할 예정이었으나 납품 일정이 조금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삼성전자에 납품한 경험이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안정적인 공급으로 LTPO OLED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예년 대비 가라앉았긴 하나 프리미엄 라인업에서 견조한 판매가 나타난 것도 삼성디스플레이에 호재였다. 또한 고부가제품인 접는(폴더블) 패널 출하가 큰 폭으로 늘어난 부분도 한몫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OLED TV가 기대만큼 빠르게 확산하지 못하면서 대형 OLED 독점적 지위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올해 TV 시장 부진에도 OLED TV는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아울러 차량용 OLED, 투명 OLED 등 분야에서 독자적인 입지를 만들어나가는 부분은 희망 요소다.

한편 양사는 중국 추격을 대비 OLED 응용처 확대,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제품 준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IT용 OLED 라인 구축이 다소 지연되고 있으나 OLED가 노트북, 태블릿은 물론 자동차, 게임기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수혜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