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포스코케미칼이 또 다른 대형 계약을 앞두고 있다. 거래 상대방은 최대 고객인 LG에너지솔루션이다. 최근 체결한 삼성SDI보다 큰 규모로 추정된다. 4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민경준 대표의 유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케미칼과 LG에너지솔루션의 양극재 중장기 계약 관련 논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지난 2020년 1월 1조8500억원 수준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기간은 2022년 12월로 이미 만료된 상태다. 올해 들어서도 포스코케미칼이 LG에너지솔루션에 양극재를 납품하고 있는 가운데 신규 계약이 체결되면 해당 물량도 소급 적용될 것으로 전해진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생산능력(캐파)이 2년 전보다 대폭 늘어난 점, 포스코케미칼이 제공할 하이니켈 양극재 비중이 확대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기존보다 훨씬 큰 규모로 재계약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달 30일 삼성SDI와 40조원에 달하는 양극재 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존에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또는 NCMA 양극재를 주로 공급해왔다.
다만 계약 기간을 감안하면 ‘잭팟’까지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올해부터 10년간 40조원으로 연간 4조원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최근 양극재 평균 단가는 톤당 6000만원 내외다. 단순 계산하면 매년 6만~6만5000톤을 납품하는 셈으로 선행 업체 및 포스코케미칼의 캐파 로드맵과 비교해보면 어느 정도는 착시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뒤집어보면 LG에너지솔루션과의 빅딜을 기대케 한다. 앞서 포스코케미칼은 2025년 34만톤, 2030년 61만톤의 양극재 캐파를 갖출 계획을 공유한 바 있다. 삼성SDI와의 계약으로 유추해보면 양극재 판매로만 2025년 24조원, 2030년 40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매출이 1조7220억원이었다. 3년 새 14배 성장하는 것이다. 작년 얼티엄셀즈(LG에너지솔루션-GM 합작사)와 맺은 21조원 규모 계약을 제외하더라도 LG에너지솔루션과 진행하게 될 새로운 거래는 진정한 잭팟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포스코케미칼은 통상 니켈 함량 80% 이상인 하이니켈 양극재 생산량도 증대하고 있다. 오는 3월 가동 예정인 광양 3단계 및 4단계 라인에서는 N8x(니켈 함량 80%대) 제품이 3만톤씩 제조된다. N8x는 영업이익률이 약 5%인 N65 대비 더 높은 마진이 예상된다.
각각 2024년 6월과 2025년 3월 양산 돌입하는 포항 1단계와 캐나다 공장(GM 합작)에서도 N8x가 3만톤씩 만들어진다. 향후 N9x 양극재까지 라인업에 포함되면 수익성은 더욱 개선될 수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업계에서는 오는 3월 물러나게 될 민 대표의 공을 높이 사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 사업 초기부터 회사를 이끌면서 기반을 다져왔고 실질적인 성과도 냈기 때문이다. 포스코 계열사에서 드문 4연임에 성공한 비결이다. 그룹 안팎에서 민 대표가 1년 더 포스코케미칼 사장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결과적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이제 시선은 김준형 신임 대표에 쏠린다. 포스코 그룹 핵심 먹거리로 배터리 소재가 낙점된데다 상승 궤도에 올라선 만큼 회사 리더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오는 3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구체화하고 유럽판 IRA가 공개되면 포스코케미칼의 해외 진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민 대표가 언급한 북미 음극재 합작법인 등 다양한 투자와 거래선 확대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 신임 대표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