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반발에 '법률 플랫폼', 고사 위기…정부가 해법 내놓을 수 있을까 [IT클로즈업]
-로톡 운영사, 1월초 신규 채용하고 2월 구조조정 돌입
-계속되는 변협 제재에 허리띠 졸라매기 시작
-리걸테크 산업 향배 불투명, “공정위·법무부 손에 달렸다” 한가닥 희망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국내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가 전날부터 희망퇴직자를 모집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불과 한달 전인 1월 초까지만 해도 신규 채용을 진행했던 것으로 확인됐지만 회사 측은 급작스러운 인원 감축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로앤컴퍼니가 예상치 못한 구조조정에 돌입한 배경에는 앞으로 '법률 서비스 플랫폼'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최근 더욱 심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최근 신임 대한변호사협회장으로 당선된 김영훈 변호사가 반(反)플랫폼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는 평가가 많아, 로앤컴퍼니로서는 더욱 힘든 여정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로앤컴퍼니는 전날부터 오는 24일까지 전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자를 모집하고 있다. 로톡은 지난달 초 새로운 직원을 채용했는데, 이젠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상황이 급격히 반전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김영훈 변협회장 당선인이 로톡과의 전쟁을 선포한 게 결정타를 날린 것으로 짐작한다. 앞서 김 당선인은 “외부자본의 법률시장 침탈을 막아야 하는 게 법률시장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지키는 것”이라며 “사설 플랫폼의 퇴출을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변협 행보는 로톡 서비스 출시 이후 약 1년만인 지난 2015년부터 계속된 변협과 로앤컴퍼니 간 법적 분쟁이 앞으로 더 격화될 것임을 예상케 한다.
물론 로앤컴퍼니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펼치는 것 역시 생존을 위한 전방위적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양측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회원 수는 꾸준히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변협이 로톡 가입 변호사 9명에 최대 300만원 과태료 처분을 내린 것이 기폭제가 돼 로앤컴퍼니 수익성에 큰 타격을 줬다.
◆'로톡' 둘러싼 위법 공방 심화… 서비스 플랫폼 크게 위축
한때 4000여명에 달했던 가입 변호사 수는 최근 절반 수준인 2000명대로 줄었다. 앞서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변협 규제 방침이 본격화된 이후 100억원대 이상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 늑장 대응이 이러한 ‘로톡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21년 5월 변협은 변호사업무광고규정을 개정, 변호사들이 로톡을 비롯한 법률 서비스 플랫폼에 가입하는 것만으로 징계할 수 있는 변호사광고에관한규정을 마련했다.
이에 반발한 로앤컴퍼니는 법률 플랫폼 가입을 원천 금지하는 변협 규정 개정이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표시광고법상 사업자단체의 표시·광고 제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같은 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이를 신고했다.
공정위는 약 5개월간 조사 끝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등 제재 의견이 담긴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격)를 변협 측에 발송했다.다만 이후에도 변협은 로톡 이용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이어가는 중이다.
그러나 지난 15일 공정위가 전원회의를 열고 변협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하기 전까지 로톡 사건 심의는 두 차례나 연기됐다. 변협이 심의 연기를 신청하며 지난해 10월 예정된 전원회의가 미뤄졌고, 이후에도 한 차례 더 연기됐기 때문이다.
◆“공정위· 법무부 등 논란 중재자로서의 역할 소극적” 비판
법무부 역시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해 10월 변협으로부터 징계 의결을 받은 변호사 9명은 변협 징계가 부당하다는 취지로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현재까지 단 한 차례의 징계위도 열지 않았다. 그 사이 변협은 매달 수십명에 달하는 로톡 이용 변호사들에 징계를 내렸다.
법무부가 정해진 시한인 다음달 초까지 결론을 내놓지 않으면 로앤컴퍼니가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생기는 이유다. 최근 정치권도 부랴부랴 칼을 빼 들었지만, 8년째 현재진행형인 변협과 로앤컴퍼니 법적 분쟁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달 18일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은 ‘리걸 스타트업 규제 혁신 현안 간담회’를 열고 로톡 사태 중재에 나섰다.
당시 간담회에는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 변협 징계 의결을 받은 변호사들을 비롯해 규제개혁추진단장인 홍석준 의원, 국무조정실, 중소벤처기업부가 참석했다. 반면, 공정위와 법무부는 공정성을 이유로 불참했다.
이어 지난달 27일에는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과 법무부, 로앤컴퍼니가 모여 변협과 로톡 중재 방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비공개 논의를 했다. 이번에도 변협은 회의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 소속 의원실 한 비서관은 “로톡 사태 관련 간담회가 진행된 후, 추진단이 예고한 대로 변협과의 대화 자리가 즉시 추진될 줄 알았는데 변협 측이 워낙 강경한 입장인 데다 소통 니즈도 없어서 당분간은 사안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규제개혁추진단은 오는 27일 김 당선인이 공식 취임한 이후 만남의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면서 이 비서관은 “지난 국회 간담회 때도 사태 해결에 주요 주체인 공정위와 변협 관계자가 불참한 것 자체가 이 사안에 해결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공정위 23일 변협 제재 수위 · 법무부 내달 8일 변호사 징계처분 이의 결정에 촉각
결국 로톡 사태 해결에 실질적 결정권을 가진 공정위와 법무부 판단에 향후 리걸테크 시장의 존폐가 달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관련하여, 먼저 공정위는 오는 23일 로톡 이용 변호사를 내부 규정으로 징계하겠다고 한 변협에 대한 제재 여부와 관련 수위 등 심의 결과를 공개한다.
이는 로앤컴퍼니가 변협을 공정위에 신고한 지 약 20개월만에 이뤄지는 발표다. 공정위가 변협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내릴 경우, 로톡 회원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강행하는 변협 행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는 다음달 8일까지 징계위를 열고 로톡에 가입,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이유로 변협에 징계 의결을 받은 변호사 9명이 제출한 이의신청서 처분을 결정해야 한다. 로톡 사태가 ‘제2의 타다’ 사태로 번지지 않는 것이 가능할지 정부 결정에 리걸테크업계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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