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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팍스, 구조조정 돌입…실명계좌 유지 가능할까

박세아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세계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경영난에 처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를 사실상 인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본격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 이사진에는 바이낸스 측 인물이 대거 포진됐으며 인수가 공식화 되면 구조조정도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27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고팍스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낸스가 고팍스 인수를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업계에서는 인수가 다 끝났다고 보고 있다"라며 "이 과정에서 기존 고팍스 개발 인력 대신, 바이낸스 측 인력을 대거 공급하려고 시도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팍스는 인력 구조조정은 사실이지만 바이낸스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고팍스 관계자는 "이미 자체 예치서비스 고파이 출금 지연 사태 등으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에 따라 부서별로 조정이 있어왔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인수가 공식적으로 마무리되면 바이낸스가 구조조정 강도를 더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고팍스에 투자금을 수혈하면서 자연스럽게 지분 인수까지 끝낸 바이낸스가 국내 시장 재진출을 위해서는 바이낸스 측 인사를 투입하는 게 수순이기 때문이다.

기존 고팍스 운영사 이준행 대표가 물러난 것도 바이낸스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이튿날 말레이시아 국적인 레온싱풍(Leon Sing Foong)이 대표자리에 올랐다. 레온싱풍은 바이낸스의 아시아태평양 대표를 맡고 있다. 이 외에도 미국 국적의 스티브영김(Steve Young Kim)과 캐나다국인 지유자오(ji Yu Zhao) 역시 지난 2일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주요 이사회 임원이 바이낸스 측 인사로 교체된 가운데 바이낸스측 인사의 고팍스 진입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아직 스트리미 대표이사 변경에 대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된 건은 없다.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변경사항이 14일 등기에 기재된 만큼 최대 2주 안에 변경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매뉴얼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는 대표자 변경 등 신고사항이 변경되는 경우 변경사항이 발생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사업자 신고내용에는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대표자 및 임원 자격요건 등 일정 요건이 포함된다.

대표 교체 등 사실상 인수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지만 바이낸스와 고팍스는 인수 사실 자체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이는 국내 금융당국이 상황에 따라 자칫 고팍스에 실명계좌를 내어주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팍스에 실명계좌를 제공 중인 전북은행은 바이낸스 인수 공식화 이후 계좌 제공과 관련해 다양한 경우의 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전북은행 입장에서는 세계 최대거래소 바이낸스의 자금력이 투입되는 고팍스와 실명 계좌 계약을 당장 해지할 이유가 없다. 고객 유입에 따라 계좌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 거래소가 대주주인 고팍스에 금융당국이 규제 고삐를 죌 수 있는 만큼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해외거래소가 참여하는 사업장에 대한 관리·감독이 어려울 수 있어 규제에 중점을 둘 수 있다. 실제 금융당국이 사실상 바이낸스가 주인인 고팍스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인가나, 실명계좌를 볼모로 규제에 나설 것으로 가상자산 업계는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고팍스는 전북은행과 실명계좌 유지에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운영사인 스트리미 이사진이 교체됐을 뿐 고팍스 경영 상황에는 변함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고팍스 관계자는 "세계 유수 IT업체들처럼 이사회와 경영은 분리될 것"이라며 "스트리미 이사회만 교체됐을 뿐, 고팍스 경영진은 그대로기 때문에 국내 경영 상황은 변동이 없다. 이에 따라 고파이 출금 지연 사태 마무리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세아
seea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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