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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 후폭풍 가운데 선 고팍스 '고파이', 24일이 주목되는 까닭

박세아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의 예치 상품인 '고파이'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새어 나오고 있다. 당장 오는 23일 고정형 상품에 대한 만기가 다가오면서 이자는 차치하고 원금이 보장될지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FTX발 사태 여진이 국내 가상자산업계까지 번지면서 이용자 보호를 위한 관련법 제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2일 고팍스 관계자는 "고정형 상품에 대한 지급불능 문제는 FTX 사태로 인한 우려일 뿐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부분"이라며 "현재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과 지속해서 의사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고팍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예치된 고객 자산은 100% 이상 보유 중으로 언제든 이상 없이 입출금이 가능하다고 공지한 상태다. 다만, 수탁받은 자산 즉 예치 서비스 상품의 만기 준수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라고 전하고 있다.

앞서 고파이 상품 운용은 가상자산 전문 대출업체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이 담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탈이 최근 FTX 사태로 신류 대출과 환매를 중단했고 고파이 고객 자산도 함께 묶였다.

우선 고파이 자유형 상품 출금은 지난 16일부터 중단된 상태다. 아직 일반 고객들의 예치금 인출이 이어지는 상황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만일 만기가 다가오는 고정형 상품에 대한 원금과 이자 지급이 오는 24일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뱅크런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팍스 입장에서도 상당히 난감한 상황일 것"이라며 "회사 내부 시스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제네시스 글로벌 입장에 귀 기울이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뱅크런이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부분인만큼,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라면서도 "스테이킹이 아닌 단순 예치 서비스이기 때문에 운용사에 문제가 생겨도 고팍스에서 자체적으로 원금은 보장해 줄 가능성이 크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또 "각 거래소별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른 만큼, 다른 거래소에까지 뱅크런이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업계 후폭풍 여부와는 별개로 고팍스가 상품중개자 역할을 했기 때문에, 고객에게 상품의 위험성을 잘 고지해왔는지도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사업의 경우 보통 거래소들은 투사심의위원회 등 검토를 거쳐 진행하고 있다"라며 "고팍스 역시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이 존재하겠지만, 이번에 국내 거래소 중에서 FTX발 폭풍의 중심에 서면서 내부통제시스템 관련 검증 잣대가 강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업권법 제정 시계 빨라지나

고팍스 지급불능 상태가 현실화되면 업권법 제정에는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루나 사태로 인해 금융당국은 민정간담회 등을 통해 업계 관계자 의견을 청취하고 업권법 마련에 신경 쓰고 있는 상황이었다.

앞서 지난 FTX발 사태가 있고 난 이후인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거래 환경 조성'을 주제로 개최된 민·당·정 간담회에서도 입법 추진 시급성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이 자리에서 금융정보분석원은 "가상자산 거래소 이용자를 보호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고객 자산의 보관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거래소가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의 안전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입법 절차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했을 때, 당장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규제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가상자산사업자가 일정 부분 투자자 자산 보호 의무를 져야 하는 게 맞다는 설명이다.

현재 여당과 야당이 발의한 법안에도 이와 같은 부분이 포함돼 있다. 윤창현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의 이용자 예치금 신탁과, 디지털자산 사고에 대비한 보험·공제가입·준비금 적립 의무화 등 이용자 자산 보호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게 골자다.

또 백혜련 정무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법안도 가상자산업자가 이용자에게 위탁받아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경우 이용자명부를 작성·비치토록 했다. 또 위탁받은 종류와 수량의 가상자산을 현실적으로 보유하도록 했다. 사실상 뱅크런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인 셈이다. 이 밖에 가상자산업자가 자기 소유와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분리 보관하고, 해킹·전산장애 등 사고에 대비한 보험에 가입도록 하는 등 이용자 보호 조치가 포함됐다.

업권법 제정이 이용자 보호를 위해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자연스럽게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수리 요건도 더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따라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팍스도 5대 가상자산거래소 중에서는 마지막으로 지방은행과 실명계좌 연결을 통해 원화마켓 서비스를 뒤늦게 시작했다"라며 "향후 업권법이 마련되면 원화마켓에 진출하려는 다른 사업자에 대한 저항이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VASP 신고수리 요건은 더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지금은 사업자가 수탁받은 가상자산에 대한 구분관리가 제도적으로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보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강력한 사후적 제재가 따른다는 점에서 시장 정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견해다.

박세아
seea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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