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미국이 주도하는 ‘오픈랜’(OpenRAN·개방형무선접속망) 시장에 유럽·일본 등 통신사들도 속속 참여하고 있다.
현지시간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IT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3’에서도 핵심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오픈랜’이었다. 오픈랜은 주최 측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정한 ‘MWC23 5대 아젠다’에도 포함돼 있다.
특히 독일 ‘도이치텔레콤’, 프랑스 ‘오렌지’, 이탈리아 ‘텔레콤이탈리아’, 스페인 ‘텔레포니카’, 영국 ‘보다폰’으로 구성된 오픈랜 동맹은 지난 21일 공동 보고서를 발간하고 올해 오픈랜 기술 개발에 함께 노력, 2025년 유럽 전역 상용화를 본격 추진한다.
그중 오픈랜에 가장 적극적인 영국 보다폰은 이번 MWC 전시부스에서도 오픈랜의 최신 기술과 솔루션을 공개하고 했다. 보다폰은 오픈랜을 지원하는 매시브MIMO(다중입출력장치)를 HMD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과 함께, 오픈랜용 칩셋을 전시해놨다.
현지 보다폰 관계자는 “오픈랜을 상용화하게 되면,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존 장비와 다른 요소들을 갖게 된다”며 “우리는 광범위한 벤더들과 협력하고 있으며, 우리가 원하는 요구사항들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오픈랜은 서로 다른 제조사가 만든 통신장비를 상호 연동할 수 있는 기술이다. 네트워크 운용에 필요한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분리하는데, 그래서 어느 기업이 만든 장비를 쓰든 소프트웨어만 업데이트하면 이종 장비간 호환이 가능하다.
오픈랜이 가지는 의미는 장비 종속성에서 벗어날 수 있단 점이다. 예컨대 기지국을 노키아 장비로 한번 구축하고 나면 나중에 에릭슨 장비로 바꾸려 해도 바꾸기 어려웠는데, 오픈랜이 도입되면 기지국은 노키아, 안테나는 삼성 제품으로 쓸 수 있게 된다.
이는 세계 통신장비 시장 1위 사업자인 화웨이에 불리한 지점이다. 그래서 미국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통신장비사들을 견제할 목적으로 오픈랜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유럽과 한국, 일본이 동참하는 추세다.
일본 대표 통신사인 NTT도코모도 이번 MWC 전시에서 오픈랜을 내세웠다. NTT도코모는 어디서나 쉽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이니셔티브인 오픈랜을 제공한다는 비전으로 13개 글로벌 벤더들과 새로운 서비스 브랜드 ‘OREX’를 탄생시켰다.
NTT도코모 관계자는 “우리는 오픈랜을 도입함으로써 통신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며 “현재 많은 공급업체들이 OREX에 참여하고 있고, 우리는 곧 그들의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사 입장에서 오픈랜을 도입하게 되면 장비 선택지를 넓힐 수 있어 구축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여러 회사의 통신 장비를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부품을 구하기 쉬워지고 그만큼 기지국 구축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
한편, 국내 통신사들도 오픈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오픈랜 관련 글로벌 연합체인 ‘오랜 얼라이언스’(O-RAN Alliance)의 차세대 연구그룹(nGRG)에서 ‘6G 요구사항 및 서비스’ 분야 공동 의장사로 역할을 확대 중이다. KT는 지난해 8월 오픈랜 얼라이언스 회의에 제안한 오픈랜 연동 규격에 대해 같은해 11월 표준 승인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