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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발 新유통지도] 이마트·쿠팡·롯데…유통 ‘빅3’ 새 판으로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이커머스 업계 대표주자이던 쿠팡이 이제 국내 유통시장을 내다보며 전통 유통강자들과의 경쟁을 본격화했다. 쿠팡은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하긴 했지만 2014년 로켓배송 출시와 함께 직매입 상품을 판매해왔다. 이는 오프라인 중심 전통 유통기업들이 운영하던 방식이기도 하다.

해마다 급격히 성장을 이룬 쿠팡은 외형으로만 보면 이미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그룹, GS리테일 유통사업을 앞질렀다. 이마트를 포함한 신세계그룹 유통사업 부문이 매출 1위를 차지하고 바로 뒤에서 쿠팡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그간 이마트와 롯데 양강체제이던 국내 유통시장은 쿠팡이 판도를 흔들며 ‘빅3’ 구도로 재편됐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26조591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26% 늘어난 사상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해 3분기 이어 4분기 연속 1000억원대 흑자 기조를 유지한 점도 의미있다. 연간 기준으론 1447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그 폭을 전년 10분의1수준으로 줄였다. 로켓배송 출시(2014년) 10년 만에 연간 흑자 가능성도 제기된다.

매출 기준으로 보면 쿠팡은 신세계그룹 유통부문을 제외한 주요 그룹사를 모두 제쳤다. 이마트·백화점·이커머스·홈쇼핑을 포함한 신세계그룹 유통 부문 9개사(면세점 제외) 지난해 합산 매출은 30조4602억원으로, 쿠팡보다 4조원 가량 앞서있다.

반면 롯데마트·백화점·이커머스 등 6개 유통 사업부문을 포함한 롯데 계열(면세점 제외) 지난해 매출 합산은 15조70억원으로, 쿠팡보다 10조원 가량 낮다. 유통 시장 점유율로 보면 신세계·이마트가 5.1%, 쿠팡 4.4%. 롯데 2.5% 순이다. 쿠팡 위상이 달라지며 신세계와 롯데 양강구도가 깨지고 ‘빅3’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현대백화점그룹과 GS리테일은 연결기준으로 봐도 지난해 매출 각각 5조원과 11조원으로 쿠팡보다 작다. 물론 생필품·신선식품 등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쿠팡과 달리 현대백화점과 GS리테일은 각각 백화점과 편의점 부문에 특화돼있다. 단 쿠팡이 빠른배송과 함께 상품 수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에게도 쿠팡이 무시할 수 없는 대상이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오프라인 중심 유통 시장은 여전히 가격이 높고 상품도 제한적”이라며 “쿠팡의 국내 유통시장 점유율은 아직 한자리 수에 불과해 앞으로 수년간 쿠팡은 국내 유통시장에서 상당히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와 롯데, GS리테일 등 전통 유통기업들도 변화된 소비자 쇼핑 습관에 대응하기 위해 이커머스 영역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오프라인에서 강자이던 이들이 온라인에서 쿠팡과 비교하면 부진한 상태다. SSG닷컴과 G마켓, 롯데온, GS프레시몰 등 온라인몰은 모두 적자를 유지 중이며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도 미미하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 지난해 거래액은 5조9555억원이다. 2021년 인수한 지마켓과 거래액을 합치면 약 21조7000억원이다. 상품 거래 규모만 비교해도 쿠팡 매출보다 낮아 이커머스 내에서도 규모에 있어 순위가 쿠팡에 밀린 셈이다. 더군다나 지난해부턴 이커머스 업계도 거래액을 우선순위로 높이기보단, 수익성 개선을 위해 마진율이 높은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SSG닷컴과 롯데온, GS프레시몰 등 이커머스 부문에 있어서만큼은 쿠팡과 같이 적자 상태다. 지난해 SSG닷컴 영업손실은 1112억원, 롯데온은 1560억원이다. GS리테일은 프레시몰과 어바웃펫·쿠캣 등 자회사가 포함된 공통 및 기타 부문 4분기 영업손실만 535억원이다. 쿠팡 지난해 영업손실(1447억원)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올해 유통시장은 온오프라인 분야 모두 쿠팡과의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물론 전국권 매장을 갖춘 오프라인 중심 유통 기업들이 쿠팡에 결코 쉬운 대상은 아니다. 단 쿠팡은 전국 단위 물류망을 구축, 자동화를 도입해 효율성까지 갖춘 만큼 더 많은 상품 구색과 최저가로 경쟁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엔데믹 전환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둔화한 가운데, 쿠팡은 향후 성장성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유통시장은 602조원 규모인데, 이중 쿠팡 점유율은 4.4%에 불과하다는 이유다.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이 아닌 전체 유통시장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건, 전통 유통강자 신세계그룹·이마트, 롯데쇼핑과 견주려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온라인 유통은 오프라인에 없는 상품을 다양하게 갖춘 역할에 그쳤는데, 쿠팡이 빠른 배송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들고나와 10년간 대규모 투자를 했다”며 “결국 로켓배송 서비스는 고객 쇼핑 습관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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