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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KT-이루온 “외산장비? 동일성능 반값 국산장비가 여기 있습니다”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제대로 된 제품이 외산장비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루온은 충분히 증명된 회사입니다.”

5G 장비 전문업체인 이루온은 지난해 9월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의 민관공동기술개발사업에서 KT를 만났다. 이 사업과제에 KT가 핵심기술 이전과 함께 개발비를 투자했고 이루온이 개발사로 참여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5G 특화망의 핵심 인프라인 코어 장비를 개발하는 결실을 이룬 것이다. 에릭슨과 노키아, 화웨이 등 외산장비가 장악해온 특화망 장비 시장에 국산 기업으로서는 괄목할 성과였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모바일·IT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3’이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장에서 윤경모 KT SCM전략담당 상무<사진 왼쪽>와 이영성 이루온 대표<사진 오른쪽>를 만났다. 이루온은 1998년 설립 이래 지난 25년간 통신장비를 개발해 KT를 포함한 통신사에 제품을 공급해온 연매출 600억원의 강소기업이다. 그만큼 관록과 연륜이 있는 기업지만, 이번 도전은 KT가 아니었다면 이루온에도 위험한 도전이 됐을 것이다.

이영성 대표는 “중소기업은 제품 개발에 비용을 투자하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고, 그만큼 제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테스트하는 것도 중요한 절차”라며 “이루온은 KT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것도 있었지만, 테스트할 때 KT 상용망 시스템과 연계해 시험을 완성시킬 수 있도록 KT의 지대한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KT와 이루온이 개발한 장비는 5G 특화망 코어장비다. 5G 특화망은 제한된 지역에서 특정 목적을 위해 자체 무선망을 구축해 운영하는 기업용 5G 네트워크망인데, 공용 5G망보다 빠르고 안정적이어서 자율주행·원격제어 등 대용량 데이터 기반의 실시간 서비스 구현이 가능하다. 이 가운데 이루온의 코어장비는 단말 인증 및 가입자 관리, 단말의 데이터트래픽 처리를 위한 세션 제어 등 핵심기능을 수행한다.

이번 개발이 가지는 의미는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을 합쳐 외산장비가 주도하던 특화망 장비 시장에 경쟁력 있는 국산장비를 탄생시켰다는 점이다. 이영성 대표는 “외산장비인 에릭슨, 노키아, 화웨이, ZTE, 삼성전자, 이 외에 상용 및 기업 전용 특화망에 쓸 수 있는 장비로는 이루온 장비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이루온 장비의 가장 큰 강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외산 제품들과 같은 성능에 가격은 최소 반값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윤경모 상무는 “대기업이나 외산 코어 장비는 평균 10억원 정도 가격인데 이루온 장비는 그중에서도 가장 저가인 제품보다도 50% 저렴하다”며 “(그럼에도) 이루온과 KT 융합기술원이 가진 기술을 융합해 개발됐기 때문에 상용망 수준 품질을 보증한다”고 설명했다.

KT와 이루온은 이번에 개발한 장비로 해외 수출 계획도 갖고 있다. KT는 지난해 10월 일본 ICT 추계 전시회에 이루온 참가를 지원, 일본 고객사로 ADOC를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윤 상무는 “이번 MWC에서도 ADOC를 초청해 수출 마케팅까지 한꺼번에 지원하도록 엔드투엔드(end-to-end)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중기부와 함께 대중소동반진출 지원사업을 통해 일본 수출을 지속 지원할 방침이다.

동남아 시장도 타깃이다. 이 대표는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시장 상황도 수집하고 있다”며 “한국처럼 통신환경이 좋은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특화망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크다”고 언급했다. 그는 “동남아 국가 중 통신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는 곳이 없는데, 저희 제품이 가격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화웨이나 노키아, 에릭슨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올해 국내에서 3개, 해외에서 2개 정도의 특화망 사업을 자체적으로 수주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KT는 이번 코어장비 개발에 그치지 않고 특화망 인프라 전반으로 국산화 작업을 추진할 생각이다. 윤 상무는 “특화망 솔루션에는 코어장비뿐만 아니라 액세스장비, 단말, 단말모뎀 등 여러 인프라가 들어간다”며 “지금은 그중 코어장비를 국산화한 것인데, 마찬가지로 고가 외산장비로 구성된 액세스장비 역시 국산화를 계획 중에 있다”고 밝혔다.

중기부와 1대1 매칭으로 진행하는 민관 공동R&D기금 역시 확대할 계획이다. 윤 상무는 “KT 내부적으로도 이번 이루온 장비가 국산화되어 수출까지 연계되는 가시적인 성과가 있다 보니 민간 R&D 기금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사례가 다져졌다”고 말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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