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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CEO 잔혹사]① 두번째 KT맨의 도전…‘외풍’ 앞에 ‘등불’

백지영
민영기업 KT를 향한 ‘외풍’ 논란은 CEO 교체기마다 끊이지 않고 반복돼 온 일이다. 이번에도 구현모 대표를 이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 1인이 최종 확정되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여전히 불만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를 두고 정부와 여당이 소위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기 위해 KT를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과 함께, KT 또한 불완전한 지배구조 문제로 빌미를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지난 20년 간 KT의 ‘CEO 잔혹사’를 살펴보고, 현 상황에 대한 분석과 앞으로의 개선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뤄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KT를 이끌 차기 수장으로 현직 ‘KT맨’인 윤경림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낙점됐지만, 이를 지켜보는 내외부의 시선은 여전히 불안하다.

구현모 현 대표의 자진 사퇴 이후, 재공모 절차를 거쳐 장고 끝에 윤 사장을 최종 후보로 선임했음에도 여전히 정치권의 KT 흔들기가 계속될 것이란 불안감 때문이다.

윤 사장의 차기 CEO 도전은 그동안 낙하산 논란이 반복돼 온 KT에서 구현모 현 대표에 이어 두번째 정통 KT맨 출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군다나 ‘통신기업’에서 ‘디지코(디지폼플랫폼기업)’로의 전환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만큼, ‘디지코 2.0’을 계승할 적임자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KT 이사회도 윤 사장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전문성을 바탕으로 KT가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한 점을 높이 샀다.

KT 재임기간은 약 10년 6개월로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CJ와 현대자동차 등에 몸담으며 개방형 혁신을 통한 신성장 사업 개발과 제휴·협력 역량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구현모 대표가 연임의사를 밝힐 당시부터 반대 의사를 펼쳤던 정치권은 이후 KT가 4명의 숏리스트를 발표한 직후 더욱 노골적으로 바뀌었다.

정부·여당이 소위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기 위해 소유분산기업인 KT를 압박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외부 공모 당시 정치권 인사가 대거 지원했으나 이들이 심사 과정에서 모두 탈락하자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는 시선이다.

특히 국민의힘 측 일부 의원들은 윤경림 대표가 후보군에 포함된 것을 놓고 ‘구현모 아바타’, ‘이권 카르텔’이라는 표현을 쓰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또, 구현모 대표는 친형의 회사인 에어플러그를 인수한 현대차 그룹에 지급 보증을 서주는 등 업무상 배임 의혹이 있고, 당시 현대차 윤경림 부사장은 이를 성사시킨 공을 인정받아 후보로 올랐다는 주장 등을 펼치기도 했다.

같은 날 대통령실도 “공정·투명한 거버넌스가 안되면 조직 내에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고, 그 손해는 우리 국민이 볼 수밖에 없다”고 말을 얹었다.

KT 새노조 등도 “윤경림 사장을 선택한 것은 구현모 체제의 연장이며, 이는 미국 SEC의 과징금 부과, 검찰 수사 등에도 구현모 체제에 대한 혁신을 거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비난했다.

결국 윤경림 사장의 운명은 이달 3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작년 말 기준 10.13%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 국민연금과 KT와 지분을 맞교환한 신한은행(5.58%)과 현대차(4.69%), 외국인과 기관, 개인투자자들의 표심이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국민연금은 대통령실과 여당의 불만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신한은행과 현대차도 마찬가지일 것이란 관측이다. 반대로 개인투자자들은 이같은 정치권의 간섭에 불편한 시선을 드러내며 표 집결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5일 네이버에 개설된 ‘KT주주모임’ 카페는 9일 기준 가입자가 700명 넘게 모이며 차기 CEO 선임 관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각자가 보유 주인 주식수를 공유하며 KT에 지지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한 카페 회원은 “민영화된 기업을 ‘이권카르텔’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정치인들의 특권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한편 차기 CEO 후보인 윤경림 사장은 단독 후보 확정 이후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후보자로서 주총 전까지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며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의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은 과감하게 혁신하고, 정부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다음날인 8일엔 ‘지배구조개선TF’(가칭)를 꾸리고 지배구조개선에 즉시 돌입했다. TF는 대표이사 선임절차부터 시외이사 등 이사회 구성, ESG 모범규준 등을 통해 지배구조 강화 방안을 도출한다.
백지영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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