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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노린다"…'각 잡은' SK온, 고객 다변화 추진 [소부장박대리]

김도현

전세계적으로 반도체와 전기차 분야의 산업적 가치가 중요해졌고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동향과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소부장박대리'(배터리)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소부장 산업계의 보이지않는 소식들까지도 충실히 전달하겠습니다. <편집자주>

- 각형 배터리 첫 선…연내 시제품 생산
- 폭스바겐 등 각형 채용 전기차 업체 공략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SK온이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고객 대응력을 높인다. 이를 통해 선행주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다.

9일 SK온은 각형 배터리 개발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연내 시제품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형태에 따라 파우치형, 각형, 원통형 등으로 나뉜다. 그동안 SK온은 파우치형만 양산했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전극 물질을 얇은 알루미늄 필름으로 감싼 제품이다. 뛰어난 공간 효율성으로 에너지 밀도가 높고 외관이 단단하지 않아 자유롭게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외부 충격에 약해 안정성이 부족하고 공장 난도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각형 배터리는 알루미늄 캔에 전극 물질을 담은 전지다. 내구성이 우수하고 디개싱 등 공정이 필요 없어 파우치형 대비 시간 및 비용 절감에 유리하다. 대신 비교적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은 것이 아쉬운 지점이다.

원통형 배터리는 일상 속에서 많이 보이는 건전지와 유사하다. 지름과 길이가 표준화돼 대량 생산에 적합하고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다. 문제는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낮고 수명이 짧다. 원형이라는 특성상 공간 활용이 불리하기도 하다.

현재 완성차업계는 각사가 원하는 형태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대세는 각형 배터리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기준 각형 점유율은 65%로 파우치형(20%), 원통형(14%)에 앞선다. 대다수 중국 기업들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각형으로 제조하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

‘타도 테슬라’를 외친 폭스바겐은 지난 2021년 각형 배터리 비중을 대폭 높이기로 했다. 당시 폭스바겐은 오는 2030년까지 산하 브랜드에서 생산되는 전기차 중 80%에 각형 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전기차 판매순위에서 4위에 그쳤으나 향후 테슬라와 선두 자리를 다툴 곳으로 꼽힌다. 이미 내연기관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이력이 있는 데다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영향이다.

이에 따라 SK온이 각형 배터리 개발에 착수한 것은 폭스바겐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양사는 이미 파우치형 배터리를 거래 중이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SK온이 라인업 추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본격 양산 개시하면 각형 배터리를 사용 중인 BMW, 스텔란티스, 볼보 등과의 협력을 모색할 수도 있다.

각형 배터리 제조 공정이 파우치형 배터리와 유사한 점도 한몫했다. 원통형 배터리의 경우 핵심 소재들을 돌돌 말아야 하지만 각형과 파우치형은 전극을 쌓아 올린 뒤 캔 또는 필름으로 봉인하면 되는 구조다. SK온이 양극과 음극 접촉을 차단하는 분리막을 지그재그로 쌓는 ‘Z-폴딩’ 공법을 각형 배터리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SK온은 “각형 배터리에 급속충전 기술을 도입했다. 기존 18분 동안 80%까지 충전 가능한 수준보다 더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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