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사내이사 1명에서 3명으로…‘이사회 개편’ 나선 넷마블, 그 속내는?

왕진화
지난해 개최된 넷마블 제11기 정기주주총회. 사진=넷마블 제공
지난해 개최된 넷마블 제11기 정기주주총회. 사진=넷마블 제공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넷마블이 이사회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해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는 한편 신속한 의사결정에 힘을 보탠다. 특히 집행임원들이 사내이사를 겸임함으로써 지난 2년간 코로나19 여파로 더뎠던 신작 출시에도 좀 더 빠른 속도를 내는 등 한층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넷마블은 오는 27일 개최 예정인 정기 주주총회에서 권영식, 도기욱 각자 대표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이사 선임의 건’을 상정했다고 지난 8일 공시했다.

해당 안건이 이번 주총에서 승인될 경우 넷마블 이사회는 사내이사 1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3명 등 총 5명에서 사내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5명 등 총 9명으로 늘어난다. 핵심은 넷마블 상장 이후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의 이사회 사내이사 1인 체제에서 2명이 더 늘어나는 것이다.

그간 넷마블 두 각자 대표는 이사회가 결정한 사항을 집행하는 역할만 해왔다. 이번 주총 안건이 승인될 경우 권영식, 도기욱 대표는 전문경영인이 아닌 사내이사로서 이사회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이사회 소집권한이 생기고, 회사 주요 사업 의사결정 권한을 얻게 된다.

권영식(왼쪽) 넷마블 각자 대표, 도기욱 넷마블 각자 대표
권영식(왼쪽) 넷마블 각자 대표, 도기욱 넷마블 각자 대표
◆대대적인 이사회 개편…사내이사 1인에서 3인으로=
그간 넷마블 이사회에는 방준혁 의장 외 사내이사가 없었다. 넷마블은 회사 의사결정 권한과 업무집행 권한을 분리했고, 전략경영을 위한 집행임원제를 운영해왔다. 권영식, 도기욱 각자 대표가 각 전문 분야 최고 위치에서 지휘봉을 휘둘렀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방 의장은 강한 넷마블, 건강한 넷마블을 강조했었다. 코로나 팬데믹동안 재택근무 등으로 개발 일정이 미뤄지면서 신작을 거의 내지 못했던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그간 내지 못했던 게임들을 연달아 출시해 강한 넷마블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넷마블의 올해 신년사에선 위기감이 지난해보다 더 드리워졌다. 방 의장의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말’ 속에서 ‘효율적인 경영’을 위한 쇄신 필요성을 느끼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권영식, 도기욱 넷마블 각자대표도 올해 신년사에서 어려운 경영환경을 짚은 바 있다.

이사회 개편도 이러한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체질개선 및 효율적인 경영을 위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넷마블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금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책임경영 중요해진 넷마블…주주가치 제고, 빠르게 이뤄질까=권 대표는 방 의장의 ‘믿을맨’으로 꼽혀왔다. 지난 1999년 방 의장이 창업한 회사인 ‘아이링크커뮤니케이션’에 합류하며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CJ인터넷 퍼블리싱사업본부 본부장을 역임했다.

권 대표는 방 의장이 잠시 넷마블을 떠났던 시기에도 한 자리를 지켰다. 방 의장은 2000년 창업한 넷마블을 지난 2004년 CJ에 인수 요청했고, 800억원에 지분을 매각했다. 당시 CJ는 CJ인터넷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방 의장은 2006년까지 CJ인터넷 사장으로 있었다.

권 대표는 방 의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은퇴한 2006년 이후에도 CJ인터넷 퍼블리싱본부장을 맡다가 2010년 3월 퇴사했다. 그러나 방 의장과 함께 다시 2011년 넷마블로 복귀했다. 이후 줄곧 방 의장의 믿을맨으로 활약해왔다.

그런가 하면, 사내이사 신규 선임 건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 도기욱 각자 대표는 넷마블 역사상 첫 CFO 출신 CEO다. 지난해 넷마블이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선임한 ‘재무통’이다. 도 대표는 기존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면서 대표직을 수행해왔다.

지난 2011년 CJ게임즈에서 경영지원실장이었던 도 대표는 2014년 넷마블게임즈 재경실 이사로 근무했다. 지난 2017년부터 넷마블 재무전략담당 임원이었고, 지난 2021년 전무로 승진했다. 이어 지난해 대표로 선임됐다.

사내이사가 될 두 각자 대표는 주주가치 제고에 힘써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넷마블은 지난해 5월 임원 보유 자사주가 반대매매로 풀리기도 했다. 반대매매는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한 뒤 주식 가치가 담보 비율 아래로 내려갈 경우 강제로 처분되는 매매 형태를 말한다. 주가 하락에 따른 부정적인 신호다.

반대매매가 이뤄진 건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지난해 영업손실 1044억원을 냈다. 지난 2021년 2조6000억원이란 거금을 들여 모바일 소셜카지노 게임업체 ‘스핀엑스’를 인수했지만, 넷마블의 순손실은 이로 인해 더 확대됐다. 매출 상위 게임 대부분이 자체 지식재산권(IP) 차용이 아닌 만큼 지급해야 할 수수료도 큰 상황이다. 수익성을 꾀할 반전 전략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큰 효과를 거두는 건 역시 자체 IP가 활용된 신작이다. 넷마블은 올해 9종의 신작 출시를 예고했다. 이중 ‘모두의마블2:메타월드’ ‘세븐나이츠 핑거(가제)’ 등은 자체 IP를 활용한 게임이다. 자체 IP를 활용한 ‘더 세븐나이츠’는 내년 상반기 비공개 테스트를 준비하고, ‘레이븐:아랑’ 등도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게임업계 및 증권가는 이들 게임의 흥행 여부가 넷마블 실적을 판가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 각자 대표가 넷마블 사내이사로서 방 의장과의 의사결정 책임을 나누는 책임경영으로 위기에 처한 넷마블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