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알뜰폰 점유율 규제’ 다시 꺼낸 정부, 이통사 ‘긴장’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통신3사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에서도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이 과연 통신시장 전체로 봤을 때 건전한 생태계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한동안 잠잠했던 통신사 자회사 알뜰폰의 점유율 규제 카드를 다시 꺼냈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지난 10일 ‘알뜰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통신사 자회사들의 알뜰폰 점유율을 제한하는 법안도 나와 있는데, 이를 포함해 건전한 생태계 마련을 위해 논의했으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통신사 자회사의 알뜰폰 점유율 제한은 이미 수년째 논란이 돼 온 문제다. 임혜숙 전 과기정통부 장관이 지난 2021년 11월 “알뜰폰 시장에서 통신3사 자회사로의 과도한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자회사 합계 점유율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뒤로 과기정통부는 줄곧 점유율 규제를 고민해왔다.

사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014년 대형 통신사들의 알뜰폰 시장 독식을 막는다는 취지로 ‘통신사 자회사들의 합산 점유율이 50%를 넘을 경우 영업을 제한’하는 등록조건을 이미 부과했고, 실제 통신사 자회사(KT엠모바일·LG헬로비전·미디어로그·SK텔링크·KT스카이라이프)들의 합산 점유율은 과반이 된 상태다.

최근 커넥티드 연계 통신서비스를 위해 대형 자동차 회사들이 알뜰폰(통신재판매)에 뛰어들며 IoT 회선이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로 합산 점유율도 덩달아 커진 면이 있어, 실제 점유율 규제가 작동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정부는 점유율 산정시 IoT 회선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 경우 정부도 통신3사와의 합의가 필요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신사 자회사의 점유율 문제를 두고 지속적으로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며 사업자들과도 꾸준히 논의 중에 있다”면서 “점유율 규제는 매우 강한 규제이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협의가 필요함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윤규 차관의 이번 언급도 이러한 입장의 연장선상이라는 설명이다.

통신사들은 그러나 긴장하는 눈치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점유율 규제 강화에 동의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동통신(MNO) 시장에서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대신 알뜰폰(MVNO)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알뜰폰 사업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 알뜰폰 업계 1위인 KT엠모바일을 가진 KT 역시 마뜩찮긴 매한가지다.

다만 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사정이 다르다. 현재 SK텔레콤은 5G 중심의 고ARPU(가입자당평균매출)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저ARPU인 알뜰폰 회선으로 가입자가 이탈하는 것이 달갑지 않다. 일각에선 SK텔레콤이 알뜰폰 시장에서 철수하는 그림까지 그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가운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는 통신사 자회사 알뜰폰의 점유율을 제한하는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양정숙 의원 발의)이 계류돼 있다. 과방위는 이 법안에 대해 “일부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 상한을 일률적으로 정할 경우 해당 기업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은 상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 자회사들이 초기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한 것도 사실”이라며 “지금 당장 자회사들이 신규 영업을 그만두게 되면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