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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등대 다시 켜지나…주 69시간 근로제에 게임업계 ‘술렁’

오병훈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정부가 1주일 최대 69시간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 시간 개편안을 내놓은 가운데, 게임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나친 업무 강도로 삶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반면, 근로 시간 유연화에 따라 작업 효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조가 없는 중소 게임사 종사자는 강제로 연장 근로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개편안에 따르면, 주 69시간 근로제를 시행할 때는 사측과 임직원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이때 노조가 없을 경우 종사자가 사측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다.

게임 업계에서 근로 시간 제도는 초미 관심사 중 하나다. 이전부터 정보기술(IT) 및 게임 개발자 업무 강도가 높다는 사실은 ‘판교등대’ ‘크런치모드’ 등 단어로도 잘 알려졌다.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처음으로 주 120시간 근로제를 언급했을 때도 종사자와 게임사 모두 촉각을 세운 바 있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근로 시간 개편안에 대해서도 게임업계 내에서 적잖은 동요가 지속되고 있다. 개편안은 1주일 단위로 관리되는 연장 근로 시간을 월, 분기, 연간 단위로 관리하고, 1주일 근로 시간을 최장 69시간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연장 근로 시간을 늘릴 때는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 한 마디로 ‘회사와 임직원이 합의해 일할 때 바짝 일하고, 휴식도 몰아서’하는 근로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게임사 입장은 조심스럽다.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정부와 개발 종사자 등 주변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아직 입법까지 시간이 남은 상황이라, 법이 제정된 다음에나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며 “게임사 입장에서는 정부와 임직원 입장 모두를 살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게임사 사이에서 ‘근로 유연화’ 자체는 반기는 분위기다. 게임사는 게임 서비스 특성상 게임 출시 혹은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을 때 업무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 이에 업무가 많아지는 기간에 더 많이 일하고 비교적 업무가 적은 시간에 휴식을 취하는 방법으로 효율적인 개발 일정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중소 게임사 경우, 대기업 게임사에 비해 개발 여력이 부족해 업무 효율화를 위한 근로 시간 유연화가 더 절실하다는 평가다.

또 다른 게임 업계 관계자는 “노동 정책 유연화 자체는 찬성하는 분위기”라며 “현재 1주일 단위로 관리되는 52시간 근로제를 모든 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개발 종사자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주 52시간 근로만으로도 충분히 노동 강도가 높은 상황이며, 이를 69시간까지 늘리는 것은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배수찬 넥슨노조 지회장은 “주 52시간 근로제도 충분히 많이 일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개발자가 대부분이다”라며 “이전에 실시했던 넥슨 노조 내부 설문 조사에서도 약 95% 노조원이 ‘노동 유연화’는 필요 없다고 답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부 대형·중견 게임사와 달리 대부분의 중소 게임사는 노조가 없다. 이에 따라 종사자가 선택 여지 없이 회사 결정에 따라 연장 근로에 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노조가 있는 게임사는 연장 근로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으나, 노조가 없는 중소 게임사 임직원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노영호 웹젠 노조 지회장은 “(웹젠이나 넥슨처럼) 노조가 있는 회사라면, 노조가 나서서 사측과 협상을 통해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며 “하지만 노조가 없는 중소 게임사에서는 이번 개편안에 대해 목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일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중소 게임사를 위한 추가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소 게임사 성장을 도모함과 동시에 임직원과 상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추가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산업 특성을 고려해 유연한 근로 시간제를 도입할 필요성은 있으나, 현재로서는 중소 게임사 개발 종사자가 더 열악한 근로 환경에 놓일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며 “중소 게임사의 열악한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오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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