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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니어만 출연 가능한 채널?…실버아이TV의 생존법

강소현

실버아이TV 이재원 대표.
실버아이TV 이재원 대표.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오디션에서 나이가 장벽 된다고 하더라. 이에 실버아이TV는 시니어만을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우리 오디션에선 오히려 ‘젊음’이 커트된다.”

실버아이TV는 시니어를 겨냥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다. 이 채널에선 시니어를 위한 프로그램만이 편성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등록된 PP는 총 250여개로, 이들 상당수가 시청률이 보증된 프로그램만을 구입해 편성하고 있는 가운데 실버아이TV와 같은 사업자는 귀하다.

굳이 자체제작이라는 어려운 길로 돌아가냐는 지적들에도 불구 실버아이TV는 자사만의 특색 있는 콘텐츠를 고수해왔다. 실버아이TV 이재원 대표를 만나 중소PP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청취했다

◆ 곧 초고령화 사회 접어드는데…"시니어 위한 콘텐츠 부재서 문제의식"

실버아이TV는 오직 시니어를 위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장년층 및 노년층의 성(性) 생활 에피소드를 공유하는 ‘박세민의 성인토크쇼 49禁’과 같은 오락프로그램은 물론, 중년들의 과감한 이미지 변신을 돕는 ‘중년의품격’이나 키오스크 등 디지털기기 사용법을 알기 쉽게 설명한 ‘시니어스마트라이프’와 같은 교양프로그램 등 구성이 다채롭다.

무엇보다 이들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참여형’이라는 점이다. 시니어들의 가요 오디션 프로그램 ‘실버스타코리아’가 대표적이다. 시청자 참여형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시니어의 취향을 고려한 것이다.

모집 대상 역시 당연 시니어다. 특히, 이메일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서류를 제출받는 타 오디션과 달리 실버아이TV에선 인터넷이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들을 위해 전화를 통한 접수를 추구하고 있다. 그야말로 시니어를 위한, 시니어에 의한 채널인 것이다.

이 대표는 “젊은세대는 몰라도 실버세대는 TV를 떠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작 이들을 대상으로 방송 콘텐츠는 찾아보기 어렵다”라며 “우리나라도 곧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드는 가운데 실버세대를 위한 채널이 하나쯤은 필요하겠다고 생각해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편성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 최대 시니어 콘텐츠 DB 확보…"자체제작은 곧 PP의 경쟁력"

실버아이TV 전체 편성프로그램의 80% 이상이 자체제작 콘텐츠다. 이를 위해 실버아이TV는 예산의 60% 이상을 제작비로 투입하고 있다.

쉬운 길은 아니었다. 최근 콘텐츠 제작비는 물론, 수급비용 역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의 PP 사업자들은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콘텐츠만을 수급해 편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버아이TV가 수급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자체제작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엔 실버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사가 많지 않아 직접 제작에 나선 것이었지만, 지금은 자체제작이 실버아이TV의 경쟁력이 됐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이 대표는 2017년 시니어를 대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실버아이뉴스’를 창간하기도 했다. 시니어를 위한 콘텐츠 데이터베이스(DB)에서 사실상 실버아이TV를 따라갈 곳은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PP가 채널을 운영하며 가져가야 할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채널의 장르에 맞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수급하는 것”이라며 “실버아이TV는 시니어를 위한 콘텐츠 유통에서 주도권을 확보한 것은 물론, 우리 스스로 우리만의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 공동제작 통해 제작비 절감…"경쟁력 확보 위한 정부 지원도 필요"

대신 실버아이TV는 방송사 및 플랫폼과의 공동제작 추진을 통해 제작비를 절감하고 있다. 최근엔 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제 공동제작 지원 사업자로 선정돼 베트남과 양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그린 콘텐츠를 함께 제작하기도 했다. 총 2부작으로 제작된 ‘한베수출전사’는 국내에선 실버아이TV를 비롯해 10여개 중소PP에, 베트남에선 3개 PP에서 방송됐다.

물론, 공동제작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부족한 제작비는 실버아이TV와 같은 중소PP에겐 아쉬운 부분이다. 이에 전체 프로그램 사용료 중 중소PP 사업자의 몫을 늘려주는 등 정부 차원의 보호방안 마련은 업계가 간절하게 바라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재 IPTV(인터넷TV)·SO(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는 프로그램을 제공한 PP에 시청자로부터 받은 수신료의 일부를 프로그램 사용료의 명목으로 배분하고 있다.

2021년 기준 SO의 수신료 매출액은 8825억원으로 이 중 49%에 해당하는 4389억원을, IPTV는 수신료 매출액(2조2594억원) 가운데 30.5%인 6907억원을 프로그램 사용료로 PP에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PP사업자가 200개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개별 사업자, 특히 중소PP가 가져갈 액수는 매우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곧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하는 국내 시장에서 실버아이TV의 역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실버아이TV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전문채널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주 시청층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계속 제작해나가겠다는 포부다.

이 대표는 “PP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제일 중요한 건 장르에 맞는 특화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전문 장르, 특화된 콘텐츠를 제작·편성하는 사업자들이 잘될 수 있도록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또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중소PP들의 발전을 돕는 정책들도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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