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계

420조원 쏟는 '용인 반도체랜드', 日 기업들도 혜택? [DD인더스]

김도현
- 日 기업 대거 진입 시 韓 소부장 국산화 제동 우려
- 171조원 투자 예고한 삼성…업계 “이미 있던 계획일 뿐”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정부가 경기 용인에 조성할 첨단 반도체 산업단지(클러스터)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반도체 세계대전이 한창인 가운데 K반도체 활성화 마중물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세워놓은 사업계획에 정부가 숟가락만 올렸다는 비판이 공존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에서 우려할 만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K소부장 키운다더니”… 국산 소부장업계의 우려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한일 기업 간 공급망 협력이 가시화되면 용인에 설립될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의 기술력 있는 소부장 회사들을 대거 유치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세계 최고의 반도체 첨단 혁신기지를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양국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앞서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해제하고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철회를 결정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관련 내용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해외 업체의 국내 투자를 촉진하는 긍정적인 의도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반도체 소재사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 이후 국산화 속도가 확실히 빨라졌고 삼성과 SK도 국내외 협력사로 공급망을 다변화했다”면서 “일본 기업을 들이면 토종 소부장의 설 자리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규제 해제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이미 일본 반도체 업체들이 연이어 한국 투자를 결정한 점도 지적 포인트다. 반도체 장비업체 대표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를 보유한 만큼 한국에 (소재, 장비 등을) 못 팔면 오히려 일본이 손해”라며 “지난 2~3년간 일본 기업이 부랴부랴 한국에 생산기지, 연구개발(R&D) 센터를 마련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도쿄일렉트론(TEL), 후지필름, 스미토모화학, 쇼와덴코, 아데카 등 일본 반도체 업계는 일제히 국내 투자를 늘렸다. 공교롭게도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ASML, 램리서치, 자이스, 머크 등 미국과 유럽 업체들도 연이어 한국행을 택했다. 일본 수출규제가 의도치 않게 한국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견인한 셈이다.
◆어차피 했을 300조원 투자

용인에는 기존 SK하이닉스 등이 투입하려던 120조원에 삼성전자의 300조원이 더해지면서 총 420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최근 언급된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면적은 710만제곱미터(㎡)로 완공 시 세계 최대 규모가 된다. 삼성전자는 2042년까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공장 5기를 짓기로 했다.

이같은 내용은 기업이 아닌 정부로부터 발표됐다. 지난 15일 윤 대통령이 주재한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나온 사안이다. 일각에서는 국가 핵심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윤 대통령의 ‘승부수’라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보면 새로운 부분이 없다. 삼성전자는 진작부터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파운드리 분야 등에 17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해당 프로젝트와 맞춰보면 2030년 이후 12년간 약 130조원이 추가되는 셈인데 삼성전자의 연간 반도체 시설투자액을 고려하면 평범한 수준이다.

다른 반도체 관계자는 “20년이라는 비교적 긴 기간, 정권교체에 따른 정책 변화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300조원 투자도 장담할 수 없다”며 “구체적이고 확실한 지원책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기업 입장에서도 마냥 좋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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