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삼성과 멀어진다"…엔비디아-TSMC 밀월 강화 [소부장반차장]

김도현

- RTX40 이어 H100 NVL까지 TSMC 생산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그래픽처리장치(GPU) 1위 엔비디이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1위 TSMC와 협력을 확대한다. 최신 GPU에 이어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 분야에서도 손을 잡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동맹 관계는 상대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엔비디아가 최근 선보인 ‘H100 NVL’을 생산할 전망이다. 오는 6월부터 관련 라인이 가동될 것으로 관측된다.

H100 NVL은 데이터센터용 GPU인 ‘A100’보다 최대 12배 성능이 향상된 차기작이다. 대규모 언어 모델 배포를 위해 설계된 제품으로 94기가바이트(GB) 메모리에 트랜스포머 엔진 가속 기능이 탑재됐다. 챗GPT 고도화에 적합한 칩으로 평가받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생성형 AI 부상으로 더욱 뛰어난 추론 컴퓨팅 플랫폼이 필요해졌다. 개발자들이 가장 강력하고 유연한 플랫폼으로 무장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 개선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H100 NVL 잠재력을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2나노미터(nm) 반도체 개발을 위해 TSMC, ASML, 시놉시스 등과 협업을 예고하기도 했다. ASML은 첨단 노광인 극자외선(EUV) 기술, 시놉시스는 전자설계자동화(EDA) 부문 선두주자다. EDA는 반도체 회로 및 설계 과정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다.

이 과정에서 TSMC는 80조원 이상을 들여 2nm 공장 4기를 짓기로 했다. 엔비디아의 미래 제품군도 TSMC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미 엔비디아는 메인 GPU 양산업체를 삼성전자에서 TSMC로 변경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새로운 아키텍처인 ‘에이다 러브레이스’를 적용한 ‘RTX40’ 시리즈는 TSMC의 4nm 공정으로 만들어졌다.

삼성전자로서는 안타까운 결과다. 파운드리사업부의 주요 고객 한 곳이 사실상 경쟁사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퀄컴마저 핵심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생산처를 TSMC로 선회한 만큼 또 다른 대형 고객을 유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4nm 및 5nm 경쟁 초기에 삼성전자가 TSMC에 밀렸던 나비효과가 지속되는 분위기”라며 “엔비디아, 퀄컴 등은 워낙 덩치가 커서 한 번 라인을 바꾸면 재차 변경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 대표는 “그나마 다행인 건 엔비디아, 퀄컴 등 일부 제품은 여전히 삼성전자가 제조하고 있는 점”이라면서 “특정 파운드리가 모든 물량을 소화할 수 없기 때문에 협력의 끈을 이어가면서 반전의 계기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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