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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까지 '인력난'…'계약학과'가 뭐길래

오현지

[디지털데일리 오현지 기자] 반도체 업계가 극심한 불황 사이클에도 불구하고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도체 전문 인력을 당장 수혈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반도체 기업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반도체 인재 확보의 대표적인 해법중 하나가 '계약학과'다. 학비를 전액 지원하면서 취업까지 보장하는 조건이다.

삼성전자가 위기를 타파할 방법으로 ‘계약학과’를 늘리고 있다. 지난 27일 삼성전자는 울산, 대구, 광주에 위치한 과학기술원과 '반도체학과'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계약학과로 신설되는 반도체학과는 학사와 석사 과정을 5년제로 통합해 운영하며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다. 또한 삼성전자 반도체 입사 기회가 주어진다. 삼성전자가 인력 충원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도록 인재를 교육하게 된다.

전공은 다양하게 다르지만 이렇듯 기업의 요청에 맞게 대학에서 해당 전공을 전담해 진행하는 교육을 ‘계약학과’라고 한다. 계약학과 제도는 업체의 다양한 인력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다.

지난 2003년 산학협력법 제8조 및 동법 시행령 제8조에 근거해 실행되고 있으며, 많은 기업이 맞춤형 인재를 공급받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

계약학과는 대학의 교육과정에 맞춤식 직업교육체제(Work to school)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채용조건을 걸고 산업체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는 방식, 회사 직원의 능력 향상을 위한 재교육 방식, 산업교육기관이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산업체 등과 계약해 학과 또는 학부를 설치해 운영하는 방식이 있다. 삼성전자가 지원하는 반도체학과가 이에 속한다.

SK하이닉스도 계약학과 열풍에 뛰어들었다. 서강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한양대 반도체공학과와 손을 잡았다.

또한 고려대학교에도 반도체데이터사이언스 계약학과를 신설했다. 올해부터 2년 동안 총 4학기로 진행되며 반도체 데이터사이언스 기초, 데이터 마이닝 등 빅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딥러닝 등 인공지능 지식을 가르친다.

LG전자도 인재채용에 계약학과를 쏠쏠하게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LG전자는 연세대학교에 인공지능(AI) 채용 계약학과를 개설했다.

입학생들은 머신러닝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로보틱스, 시스템소프트웨어 등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 영역 등을 배운다. 입학생 모두 석사 2년 동안 장학금을 받고 졸업 후 LG전자에 취업할 수 있다.

한편 계약학과는 이처럼 기업이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취업까지 보장해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 정책적 취지가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유보적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계약학과에 합격했지만 아예 입학을 취소하거나 적성에 맞지 않아 중도 포기 경우, 심지어 졸업 후에 아예 전공을 외면하고 다른 길을 찾아 떠나는 학생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입학 취소자들의 경우 '의치한약수'라고 불리는 의약학과 합격자들과 합격선이 겹치는 탓이다. 올해 입시에서 연세대 컴퓨터과학과(34명 모집)와 시스템반도체공학과(10명 모집)는 최초 합격자 전원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계약학과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교육뿐 아니라 현장에서 근무하는 인재 관리에도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반도체 전문 인력'으로의 비전을 꾸준히 제시하는 것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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