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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블리자드 인수, 순조로울까?…美中 패권 싸움은 새 변수로

왕진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합병(M&A)이 성공할 가능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당초 반독점을 우려했던 각국 규제당국들이 점차적으로 반대 의견을 바꾸거나 새롭게 M&A를 검토하면서 파란불이 켜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이슈는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반도체 등 미국과 중국 간 기술 갈등은 시간이 흐를수록 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은 여러 미국 기업들의 M&A 검토를 지연시키는 식으로 미국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4일(현지시각) WSJ는 중국의 M&A 검토 절차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중국의 반독점 당국인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SAMR)이 미국 기업이 추진 중인 여러 건의 인수를 지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MS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는 중국 당국의 반독점 심사를 거쳐야 한다. MS는 지난해 간소화된 승인 절차를 중국 규제당국에 신청했지만 당국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하기 위해 수출을 통제하고 있는데, 중국이 이에 대한 대응으로 M&A를 늦추고 있다”며 “미국 기업들이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고 전했다.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겠다고 대중 앞에 공개한 시점은 지난해 1월이다. 당시 687억달러(당시 한화 약 82조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 완료하게 될 경우, 텐센트(Tencent)와 소니(SONY)에 이어 전 세계 3위 비디오·모바일 게임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MS는 발표 당시 인수합병 완료 시점을 오는 6월30일로 내다봤었다. 그러나 해당 일정은 무산됐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게임시장 규모가 큰 국가들이 이같은 대규모 M&A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현재 콘솔 시장은 MS 엑스박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스위치가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엑스박스 차별점은 바로 게임 구독 서비스인 ‘엑스박스 게임 패스’로 꼽힌다.

이러한 가운데 MS가 ‘콜오브듀티’ 등 글로벌 콘솔 게임 흥행작을 다수 보유한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할 경우 시장지배적 지위를 갖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발표 직후 미국과 유럽연합 등을 시작으로 경쟁 기업들도 반대 의견을 제기했다. MS가 각국 규제기관들의 승인을 원활하게 받지 못하게 될 경우 완전한 M&A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각국 규제기관은 입장을 바꾸거나 M&A를 검토 중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공정거래위원회(JFTC)는 “두 기업의 합병은 경쟁에 실질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 내 합병 진행을 승인했다. 일본 규제당국은 두 기업의 PC·모바일·콘솔 시장점유율을 약 10% 수준으로 보고 이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간 영국 시장경쟁국(CMA)은 MS와 블리자드 M&A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었지만, 지난달 인수 가능성을 열어뒀다. MS가 닌텐도, 엔비디아 지포스나우 등과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완료 이후 콜오브듀티 또는 엑스박스 PC 게임을 10년 간 제공하겠다는 조건의 계약을 체결한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CMA는 지난달 24일 “MS가 콜오브듀티를 독점하려 할 경우 오히려 손실을 볼 것이란 새로운 데이터가 나왔고,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인수 관련 상당한 피드백을 받았으나 (두 기업 간 합병은) 콘솔 게임 시장 경쟁을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MS는 “다른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MA와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CMA는 이르면 오는 26일까지 인수 승인 여부가 포함된 최종 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관건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중국이다. 먼저 FTC는 이번 두 기업 간 합병 관련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이르면 오는 8월 청문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MS의 대형 게임사 인수에 따른 게임 산업 집중도, 과도한 시장 지배력 등 반독점 이슈에 대한 적합성을 검토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특히 중국은 블리자드가 재진입을 노리고 있는 시장이다. 지난 1월 현지 퍼블리셔 넷이즈와의 계약이 만료되면서, 중국 내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오버워치 ▲하스스톤 ▲디아블로3 ▲스타크래프트2 ▲워크래프트3 리마스터 ▲히어로즈오브더스톰 등 게임 서비스는 중지된 상태다.

신규 퍼블리셔를 맞이한다 해도 중국 게임 유통에 반드시 필요한 ‘판호’를 재발급 받아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 재개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중국소비자협회는 “게임이 중단됐더라도 기업은 이용자 이익을 의식적으로 보호하도록 해야 하며 이용자 가상자산을 더 잘 보호하기 위해 법률과 규정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중국 내 블리자드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만큼 현지 M&A 승인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왕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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