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고물가 장기화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해외명품 수요 전망이 엇갈린다. 올해 명품 부문 성장세가 둔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이커머스 업체들은 관련 카테고리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소비자 지갑을 열기 위해선 상품 경쟁력이나 특화 서비스로 경쟁력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 업체들은 엔데믹 전환 후 성장 폭이 크게 줄었다.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는 ‘버티컬’ 전략이다. 특정 카테고리를 집중적으로 강화해 소비자 유입을 끌어내는 것이다. 특히 패션·뷰티를 기반으로 한 명품 분야를 키워 수익성을 개선하고 고객 록인(Lock-in) 효과까지 노린다.
기업마다 명품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은 다양하다. SSG닷컴과 롯데온은 각각 백화점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만큼 명품 브랜드와 직접 협업하며 상품군 차별화에 나선다. SSG닷컴에선 이달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온라인 팝업스토어 형태로 샤넬이 입점해 시계 판매를 한다. 수천만원대를 호가하는 하이엔드 제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 샤넬이 고가 시계를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건 세계적으로 봐도 SSG닷컴이 처음이다.
롯데온에선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명품 편집 매장 ‘롯데탑스’가 입점해 기획전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달엔 롯데온과 롯데백화점, LVMH코스메틱스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미 업무협약을 체결한 디올 외에도 겔랑·프레쉬·메이크업포에버·베네피트·지방시 등 5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 신상품을 롯데온에서 가장 먼저 출시하거나 단독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 명품 브랜드와 오랜 기간 거래해온 만큼 브랜드업체들도 관련 플랫폼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며 “플랫폼 이미지도 함께 작용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브랜드사와 협상이 용이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주요 명품 플랫폼 월간활성사용자수(MAU)가 크게 줄며 명품 인기가 꺾였다는 진단도 나온다. 지난 1~2월 머스트잇·트렌비·발란 3사 평균 MAU는 각각 35만명, 36만명, 18만명 정도로 모두 전년동월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단 이들은 MAU가 줄어든 배경에 대해 이전과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MAU 자체는 마케팅 진행 여부에 따라 금새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CJ온스타일은 지난해 6월 머스트잇에 200억원을 투자하고, 최근 본격적인 시너지 활동을 시작했다. 그간 홈쇼핑에선 구찌·버버리 등 전통적인 명품들 위주로 판매했는데, CJ온스타일은 글로벌 브랜드 아미, 메종키츠네, 톰브라운, 몽클레르 등 2030세대 인기 많은 ‘신(新)명품’을 선보였다는 점이 특징이다. CJ온스타일 입장에선 복잡한 병행수입 과정을 생략하고 머스트잇 입점 제품들을 바로 판매할 수 있다.
CJ온스타일 측은 “이른바 신명품을 홈쇼핑에서 처음 선보이며 5060세대에도 알리고 젊은층 고객 저변도 넓힐 수 있다”며 “지난해 12월 테스트 방송 당시 TV홈쇼핑에선 4060 고객이,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에선 2030세대 고객이 대다수를 차지해 채널별 차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명품 인기가 높아질수록 명품 중고거래 시장도 활성화하는 모습이다.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시크는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버 ‘시크먼트’ 카페 기반으로 지난해 5월 처음 출시됐는데, 매월 한번도 꺾이지 않고 20% 이상씩 성장했다. 그 결과 최근 월 거래액은 100억원을 돌파했다. 지금까지 총 누적 거래액은 580억원이다. 시크에선 에르메스·롤렉스 등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희소성 있는 제품들도 개인간거래(C2C)로 구할 수 있다.
시크 측은 “앱 출시 초기 효과로 반짝하고 그칠 수 있지만 시크는 출시 이래 한 번도 역성장을 보이지 않고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