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전문가기고] '자금세탁방지'(AML)을 대하는 경영진의 인식 변화, 왜 절실한가

박기록
글 : 최운겸(사진)
– 한국자금세탁방지학회(KaAML) 연구위원

-금융회사 경영진의 AML 의식개선과 책임의식 필요
-감독기관과 금융회사간의 원활한 소통, 공유
- 일관되고 통합된 AML체계 구축 제안, AML 전문인력 확대, 내부통제 강화 필요

최근 은행을 포함한 국내 금융업권에서 횡령과 불법 외환송금, 가상자산을 노린 납치 살인사건 등 강력 범죄를 동반한 각종 금융사고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금세탁 방지 역량 강화와 내부통제 체계 개선에 대한 금융당국의 본격적인 주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운겸, 한국자금세탁방지학회(KaAML) 연구위원
최운겸, 한국자금세탁방지학회(KaAML) 연구위원
특히 자금세탁방지(AML) 역량 강화에 관한 사항은 비단 한시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얼마전 미국 국무부가 주관한 '美 금융제재 심포지엄'에서 “국내 금융회사 자금세탁 방지 역량 제고와 대외협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고 밝힌 금융감독원 관계자의 입장이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AML 분야 전문가의 입장에서 현재 금융회사의 자금세탁방지 대응의 문제점과 함께 금융감독기관의 역할을 통해 AML 의식개선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자 한다.

지난 2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총회 참석 결과, 제5차 라운드 상호평가는 2024년8월 개시되고, 한국은 2028년3월에 평가 착수 예정임이 확정됐다.

지난 2020년4월 FATF 총회에서 우리나라 상호평가 결과보고서가 발표된 후 3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AML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문제점을 개선해야 할 시점이다.

우선 가상자산 업권의 자금세탁방지 문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VASP(가산자산사업자) 신고수리 통과를 위해 짧은 시간과 최소한의 비용으로 할 수 있는 구색 맞추기로 AML시스템을 도입하고 내규와 실제 운영중인 AML 시스템이 일치하지 않아 신고수리 이후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AML 솔루션사와 초기 가상업계 위험평가에 맞추어 구축된 AML시스템을 단편 일률적으로 도입하여 문제가 된 경우이다. 실제 운영과 위험평가를 고려하지 않은 명확하고 치명적인 리스크로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시스템의 정교성과 정합성은 기대할 수가 없다.

더불어 AML전문 직원, IT전문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존 직원이 업무를 포괄적으로 수행하다 보니 정확한 문제점 파악조차도 쉽지 않다.

또한 실시간 평가(Real-Time)로 실행되어야 하는 구조가 배치(Batch)로 운영되어 위험평가의 신뢰성과 정확성에도 문제가 생기는 악순환 구조의 연속이다.

가장 중요한 AML 전문인력 부족과 내부통제 미흡, 고객확인의무 관련 특정 정보 문서화 불충분으로 인한 많은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더불어 단일화된 AML시스템 도입으로 인한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뒤늦게 컨설팅 회사의 위험평가 컨설팅을 진행하지만 컨설팅 이후 관련사항에 대해 시스템 재적용과 업데이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전통 금융권 수준의 AML체계를 갖추려면 시스템과 전문가 영입에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경영진 입장에서 AML은 수익성 없는 분야로 인식되어 제대로 된 투자가 이루어 지지 않는다.

하지만 AML투자 비용을 절감하여 얻는 AML제재의 대가는 가혹하다. 이를 현실로 체감하기 전까지 경영진의 투자 의지가 쉽게 변하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전통 금융권의 경우, 고객확인 미이행(실제소유자 미확인), 고객확인정보 입력내용의 정확성 제고 위한 자체점검 미흡의 문제점이 있다.

해외 점포의 경우, AML 담당자의 업무 전문성 부족과 해당 국가의 규제 적용을 적시에 하지 못해 발생되는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 전통 금융권도 AML 관련 투자 부족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최근 국내 은행의 사례를 살펴보면, 과거에 구축한 AML시스템 고도화를 위한 예산이 수십억원대로 확정됐다. 하지만 이는 초저가이자 고도화를 위한 예산으로는 어불성설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전통 금융권은 가상자산 업권보다는 긴 개발기간과 비용을 투자해 시스템을 구축하지만 은행의 경우 환거래은행관리(Correspondent Banking)와 무역기반 자금세탁(Trade Based Money Laundering, TBML)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개발기간과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서 수익성 측면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최소한의 비용으로 완벽을 기하려고 하다 보니 그에 따른 실무자의 진통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적어도 1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한 구조이다.

금융회사의 자금세탁방지 문제점을 통해 보완하고 적용해야 할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금융회사는 위험기반 접근방식(Risk Based Approach, RBA)에 따른 체계적인 AML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2020년4월 FATF 상호평가보고서의 주요 내용에 따르면, 한국은 견고한 법적제도적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FATF 국제기준을 전반적으로 준수하고 있다. 하지만 위험기반 접근법(Risk Based Approach, RBA)의 적용 측면에서는 개선이 필요함이 언급되었다.

상호평가 이후 3년이 지난 시점이지만 업권별 인식의 편차가 크고 특성이 다르다 보니 아직까지 실질적 적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무엇보다 경영진 AML 의식개선의 필수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고객과 연관된 모든 위험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철저한 이해를 가져야 한다. 고객 관계를 전체적으로 모니터링, 정기적인 CDD 검토 및 업데이트, 리스크 발생 시 반드시 문서화하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해야 한다.

또한 명확하고 일관된 AML정책과 절차를 적용하여 전사적 측면으로 준수하는지 평가해야 한다. 해외지점의 경우 고위험 고객 활동에 대한 정보를 그룹내 공유하여 위험발생에 대비해야 한다.

AML 시스템 오류와 결함으로 인한 운영 리스크의 결과는 제재로 이어진다. 고위경영진의 잘못된 전략 선택으로 인한 전략 리스크와 은행의 비윤리적인 행위와 규제위반으로 인한 평판 리스크는 AML 부서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조직 내 다양한 부서의 협업, 경영진의 적극적인 지원과 이해와 책임, 컴플라이언스 부서와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졌을 때 비로소 리스크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 금융 기관 각 직무에 맞는 지속적인 직원 교육이 적절한 빈도로 이루어져야 하며 내부 감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감독기관은 금융회사의 자금세탁 위험을 감독하기 위해 FATF 권고사항 R.26(금융회사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준수하고 위험기반접근법을 채택해야 한다.

감독하는 금융회사의 건전한 ML/FT 위험 관리를 유지하도록 할 의무가 있으며, 전반적인 규정 준수 모니터링 및 감독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해당 기업이 직면한 내재적인 위험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철저한 이해를 갖춰야 한다.

감독해야 할 업권의 특성에 대해 깊은 이해와 전문적인 지식 제고가 먼저 필요하다. 가상자산업권과 같은 새로운 업권의 이해없이 기존 전통금융권 매뉴얼에만 의존한 감독 접근방식은 혼란을 야기하고 그에 따른 한계점이 따른다.
금융회사는 건전한 내부통제와 금융 범죄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권한과 책임 범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해당 정책과 절차는 반드시 문서화되어야 한다. 미흡한 AML시스템과 자금세탁방지 업무 소홀에 대한 결과는 징계와 수 억원에서 천문학적인 과태료로 이어진다.

금융사고는 한순간이며 사회 전반과 금융회사 평판에 큰 파장을 불러오는 만큼 AML을 대하는 의식 개선이 필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AML에 관련된 리스크가 계속 발생되고 금융사고가 일어나고 있지만, 그때마다 AML의 문제점만 상기시키는 사후 약방문 대책이 아닌 AML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인식과 책임의식이 중요하다.

자금세탁방지는 해당 부서의 직원의 이해와 인식만으로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직원과 경영진이같이 움직일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AML을 대하는 경영진의 인식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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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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