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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배터리 기업 IRA로 수조원 번다는데 “부품·광물 비중 계산식 불투명”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 IRA 세액공제 요건 충족 위한 부품·광물 비중 전략적으로 계산해야
- 셈법 어려운 다양한 리스크 대비, 기업의 전략적 파트너십 등 중요해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세부지침에는 배터리 부품이나 핵심광물 조달 시 원산지 비중을 어떻게 계산할지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14일 서울시 양재동 엘타워에서 ‘美 IRA 제도 활용전략과 기술수출 관련 설명회 계획’을 열고 IRA 동향 점검,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활용 방안 등을 진단했다.

이날 오전 발표자로 나선 신정훈 변호사는 IRA가 규정하는 핵심광물 비중 계산 방법, 배터리 부품 적격 비중 계산 방법에 따라 요건 충족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최근 국내 배터리 업계가 IRA 수혜로 향후 수조원 이상의 이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때 예의 주시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국은 지난달 31일 공개한 IRA 세부지침에서 전기차 세액공제 총 7500달러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북미에서 생산·조립한 배터리 부품 50% 이상 사용, 미국이나 미국 FTA(자유무역협정) 체결국 지위를 가진 나라에서 채굴 혹은 제련한 핵심광물 40%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확정했다. 올해 기준이며 각 비중은 매년 높아진다.

지침 발표 당시 국내 업계에선 '요건 충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부품 및 광물 사용 비중을 어떤 기준으로 충족할 것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신 변호사에 따르면 방법과 기준은 다양하다. 특정 차량에 포함된 실제 광물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직접추적’ 혹은 차량 모델별, 공장별 또는 기타 기준 등을 적용하고 이를 1년, 분기, 월평균 등으로 계산하는 ‘평균법’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직접추적의 경우 모든 생산·제조 과정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극히 일부의 완성차 제조사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균법은 특정 비중의 수치를 끌어내기 위한 기준점에 따라 결과물이 각기 다를 수 있다.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가 어떤 계산 기준을 설정하는가에 따라 요구 조건 충족 및 기대 수익성은 달라질 수 있다.

신 변호사는 “요구 조건이 50%의 비중이라면 50.1%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100%를 맞추면 편리하겠지만 생산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정확한 계산을 통해 비중 최적화에 성공하면 원가 절감 등 우리 기업들의 이익 극대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요건을 이상적으로 충족할 수 있다고 기대하긴 어렵다. IRA가 요구하는 각각의 부가가치 및 생산·제조 비중을 충족하기 위한 원산지 판단, 제조 기여도 판단, 부가가치 산정 방식 등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만들기엔 계산이 쉽지 않은 다수의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IRA 세부지침에서 해외 우려국가(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의 영향력을 어떻게 계산할지도 아직 미정이다. IRA는 2024년 이후 우려국가를 통해 공급되는 전기차 부품(광물은 2024년)이 조금이라도 사용될 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때 우려국가가 소유 혹은 통제하거나 관할권을 가진 기업에서 공급된 소재 및 부품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진다. 김앤장은 최근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기업들과 합작법인(JV)를 세워 IRA를 우회하려는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봤다.

중장기적으론 유럽연합의 해외 공급망 ESG 실사 의무화, 미국의 강제노동 관련 수입법령(UFLPA) 등도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벨류체인을 위협하는 ‘무기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 유럽 등과 달리 글로벌 거점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해야 하는 한국 기업들 입장에선 모두 잠재적 리스크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김성중 김앤장 변호사는 “미국이 과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에 대한 ‘301조 규제’로 막대한 대중관세 부과했지만 중국 수입은 별로 줄지 않았다”며 “필요가 있다면 ‘치즈에 구멍나듯’ 예외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 배터리 벨류체인에서 일단 리스크 관리를 우선순위로 두되 (미래 위협을 대비해) 미국에서 함께 목소리 낼 수 있는 협력자를 만들어 두는 것도 우리 기업들이 취해야 할 전략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건한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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