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삼성SDI, 전고체전지 '황화물계' 찍었다…LG엔솔 "힘들 것" [소부장박대리]

김도현
- 상반기 파일럿 라인 완공…전기차 먼자 적용
- LG엔솔 "2030년까지 힘들 듯"…IT·ESS 우선 도입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SDI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전지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 선제적으로 관련 연구를 마친 가운데 올해 하반기부터 시제품 생산에 돌입한다. 이에 비관론을 펼친 LG에너지솔루션은 리튬이온배터리 시대가 더 이어질 것이라 평가했다.

13일 안지우 삼성SDI 그룹장은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SNE리서치 주최로 열린 ‘NGBS 2023’ 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나 “전고체전지에 대한 스터디는 끝났다. 황화물(설파이드)계로 가기로 했다. 나머지는 안 하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고체전지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제품이다. 불연성 고체 사용으로 화재 위험이 없고 냉각 장치 등이 따로 필요하지 않아 전지 고용량화, 소형화, 형태 다변화 등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고체전해질을 쓰면 액체 대비 충격 및 훼손 등에 강하고 칸막이 역할도 담당해 분리막을 최소화 또는 제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배터리 무게를 가볍게 하거나 남게 된 공간에 양극활물질을 추가해서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전고체전지는 크게 3가지 계열로 나뉜다. ▲황화물계 ▲산화물계 ▲고분자계 등이다. 황화물계는 높은 이온전도, 양산 적합성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수분에 취약하고 기술장벽, 단가 등이 단점이다.

산화물계는 안정성에 우위가 있다. 대신 연성이 부족해 전해질과 전극 간 접촉이 쉽지 않은 점이 걸림돌이다. 고분자계는 기존 양산 공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먼저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나 이온전도가 낮은 부분이 치명적이다.
삼성SDI는 내부 연구개발(R&D)을 통해 황화물계 전고체전지를 낙점하게 됐다. 응용처는 정보기술(IT) 기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보다는 전기차로 설정했다.

안 그룹장은 “우리가 가진 하이니켈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양극재 기반으로 전고체전지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면서 “고체전해질 밑에 특수층을 깔아서 리튬 덴드라이트를 막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덴드라이트란 배터리 충전 시 리튬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해 표면에서 리튬금속으로 저장되는 과정에서 나뭇가지 형태 결정으로 형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전극 부피를 팽창시켜 화재, 성능 저하 등을 유발한다.
삼성SDI는 국내 기업 중 전고체전지 분야에서 선두주자다. 지난해 경기 수원사업장에 파일럿 라인(S라인)을 착공했고 올해 상반기 중 완공한다. 하반기부터는 샘플 제작에 들어간다. 지난 3월에는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3’에서 전고체전지 모형을 공개하면서 관람객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안 그룹장은 “2025년 전고체전지 관련 소재 공급망 확보 등 생산 준비를 마무리하고 2027년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전고체전지 전극 단계에서 습식과 건식 ‘투트랙’ 전략으로 나아간다. 각각 액체 슬러리와 고체 필름 기반으로 전극을 만든다. 안 그룹장은 “2가지 모두 대응하고 있으나 빠르게 대량 생산하는데 기존 습식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국내 배터리 1위 LG에너지솔루션은 고분자계와 황화물계 전고체전지를 동시에 연구 중이다. 트렌드에 맞춰 개발에 착수했으나 보수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장학진 LG에너지솔루션 팀장은 “전고체전지는 2030년까지도 (상용화가) 힘들 것 같다. 리튬이온배터리 대비 가격경쟁력 등을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가장 열심히 한 일본 도요타도 지난해부터 ‘쉽지 않다’고 시인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영민 LG화학 전무는 전고체전지가 나오더라도 전기차에 바로 투입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처음부터 전기차로 오지는 않을 것 같다. 소형전지나 ESS 등 다른 응용처에서 레퍼런스를 쌓고 전기차 쪽으로 넘어오는 것이 일반적인 그림”이라고 말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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