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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간 동굴서 '자가 격리'한 산악인… 다시 세상에 나오자 예상을 깬 한마디

양원모

<캡처=엘 파이스>
<캡처=엘 파이스>

[디지털데일리 양원모 기자] 사람의 느끼는 시간의 인식은 저마다 상대적이다. 누구에겐 한 없이 지루한 시간도 누구에겐 쏜 살처럼 빠르다.

스페인의 탐험가 플라미니(사진)에겐 절대 고독이었을 500일간의 동굴속 격리 기간은 과연 길었을까, 짧았을까.

그는 복귀 뒤 기자 회견에서 "(실험을 마칠 때) 160~170일 정도 동굴에 머물렀다고 생각했다"며 "속으로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며 아주 잘 지냈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로이터 등에 따르면, 스페인의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 겸 산악인 베아트리스 플라미니(Flamini·50)는 이날 그라나다주(州) 외곽의 지하 70m 깊이 동굴에서 외부 접촉 없이 500일을 지내는 실험을 마치고 지상으로 나왔다.

복귀 당시 영상을 보면 햇빛에 시력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글라스를 쓰고 동굴 밖으로 나온 플라미니는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자 환한 미소를 지었다. 플라미니가 이들에게 던진 첫 마디는 "누가 축하 맥주를 살 거냐"였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플라미니는 2021년 11월 20일 극도의 고립 상태에서 시간 감각이 사라진 인간의 생체 리듬과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실험을 위해 이 동굴에 자발적으로 들어갔다. 실험을 기획한 스페인 현지 대학 공동 연구팀은 24시간 플라미니의 상태를 관찰하며, 생존에 필요한 식량과 물만을 비접촉 형태로 제공했다. 시간을 보내기 위한 책 60권도 제공했다.

플라미니는 독서, 뜨개질, 그림 그리기, 운동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는 고프로 카메라 2대로 거의 매일 자신의 동굴 생활을 기록했다.

시간 감각은 65일 정도 지났을 때 사라졌다.

500일의 동굴 생활 중 가장 힘든 순간은 '파리를 만났을 때'다. 플라미니는 "동굴 안으로 파리가 들어와 나를 간지럽힐 때 가장 힘들었다"며 "환청을 듣거나, 환각을 보기도 했다. 여러분도 고요함 속에 던져지면 뇌가 그것들(환청, 환각)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미니는 연구진이 500일 만에 동굴 안으로 들어왔을 때 "나는 잠들어 있었고,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알았다. 속으로 '벌써 나가나? 아직 책을 다 못 읽었는데'라고 생각했다"며 "솔직히 (동굴에서) 나오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년 반 동안 물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샤워를 가장 먼저 하고 싶다"며 "(동굴 생활은) 너무 훌륭하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공동 연구팀은 플라미니를 '세상에서 가장 오랫동안 동굴에서 혼자 지낸 사람'으로 기네스북 등재를 추진할 계획이다. 기네스 측은 동굴에서 홀로 오랫동안 생활한 사람에 대한 세계 기록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네스북은 2010년 광산 붕괴로 지하 668m 갱도에서 69일을 버틴 칠레, 볼리비아 광부 33명을 '지하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사람' 부문에 등재한 바 있다.

양원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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